"대우조선 매각, 비가격항목 비중 높여라"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6.0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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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대우조선 노조 수석부위원장 "잘키울 수 있는 기업에 팔아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매각의 주요 변수 중 하나는 노동조합이다. 새 주인을 찾는 일에 직원 정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 주체 인 산업은행 등도 노조 등 여론 동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인수 후보들도 대우조선 노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 매각, 비가격항목 비중 높여라"


지난 3일 대우조선 서울 본사에서 최종호 노조 수석부위원장(사진)을 만나 이번 매각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들었다. 그는 일부 조합원들과 함께 7주째 상경투쟁 중이다.



그는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잘못된 매각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 수석은 "원래는 현대건설이 먼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우조선이 먼저 나왔다"며 "급작스럽게 매각 발표가 나올때까지 전문경영인 조차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의 회사를 초우량 기업으로 키운 직원들을 매각과정에서 배제하려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급작스러운 매각 추진, 주간사 선정 과정이나 단독 주간사를 하겠다고 나선 상황, 인수 후보들의 면면 등을 볼 때 졸속 매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수석은 또 "산업은행이 일부 인수 후보들의 주요 주주로 있는 만큼 이해상충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 가격을 높게 써 내는 기업보다는 국가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대우조선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인수 후보들을 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이 있다"며 "재무적 투자자와 짝짓기해서 무리하게 인수하면 제대로 회사를 키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수조원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익을 더 늘리기 보다는 제대로 팔아서 영속적인 회사로 잘 키울 수 있는 곳에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 도덕성, 재무구조, 부채비율 등 비가격 요소에 대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가격 항목에 주관적인 요소가 많을 수 밖에 없는 만큼 노조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평가 기준 마련 등에 참여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수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 사주 조합에서 일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비가격 요소 비중만 높여서 되는 일이 아니다"며 "비가격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배점차 등을 실효성 있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인내하고 있지만 대화를 무시하면 물리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조만간 신임 산업은행 총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식 문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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