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6.0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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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만난 사람] (1)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①

↑ⓒ사진=이명근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진정으로 강해지려면 치열하면서도 온화해야 한다. 또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이어야 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이다.

이렇듯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모두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안철수(46) 카이스트(KAIST) 석좌교수 겸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최근 약 2시간 동안 만났다.



안철수는 ‘정말로 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열정적이면서도 평온했고, 항상 변화하면서도 스스로를 잘 정리하고 있었다. 또 ‘순수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늘 자신을 깨끗이 비워두고 있었다.

3년 전 안철수연구소의 최고경영자(CEO)에서 홀연히 물러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안철수는 학생들과 후배 벤처기업인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교수의 모습으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그가 앞으로 펼쳐 나갈 행보는 그의 지난 삶에서 뽑아낸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

↑ⓒ사진=이명근 기자↑ⓒ사진=이명근 기자
독일의 문호 마르틴 발저는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부터 만들어진다”고 했다. 이는 확실히 안철수에게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그 스스로도 자신을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먼저 항상 책을 읽었다. 심지어 큰 맘 먹고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결국 여행 기간 내내 호텔 방에서 온 가족이 책만 보다 왔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

“저는 저만의 특별한 놀이문화나 취미를 가진 게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소설책 보는 게 제 놀이에요. 요즘은 시간이 없어 그 놀이마저도 잘 못합니다만. 저는 소설책 보는 게 참 좋아요. 상상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제가 살아보지 못한 신라시대, 고대 로마시대 등으로 들어가서 그 당시 사 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고민하는가를 들여다보는 겁니다. 두꺼운 소설책을 반 정도 읽다보면 심지어는 슬퍼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좀 있으면 소설 속의 그들과 헤어져야 하니까요. 그럴 때엔 정말 아껴서 꼼꼼하게 읽어요.”

책을 많이 읽는 다는 건 분명 미덕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대표적인 벤처 기업가였으며, 이제 벤처업계의 '최고학습책임자(CLO)'가 되고자 하는 사람. 당연히 창의력이 최우선 덕목이 돼야 한다.

창의력이라면 자신의 머리를 비워내고 덜어내야 생기는 게 아니던가.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를 통해 머리를 비워내는 데, 그는 놀이조차도 ‘책 읽기’라니. 그에겐 도무지 자신을 비워내는 과정이 없는 듯 보였다.



“저를 책을 쓰면서 저를 비워 냅니다.(그는 지금까지 모두 9권의 책을 썼다) 계속 머리에 생각을 채우다보면 어느 순간 되면 머릿속이 헝클어지지요. 이런 생각들을 메모한 다음, 마음 편하게 잊어버리는 거죠. 이렇게 정리하면 머릿속에 빈 공간이 많이 늘어납니다. ”

그런 식이라면 창의력은 고사하고 스트레스조차도 풀기 어려워 보였다. “맞아요. 단기간에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제겐 딱히 없어요. 책을 쓸 때는 정말 힘듭니다. 한번 하면 다시는 안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출판된 걸 손에 쥐었을 때, 그 지난 9번의 경험이 제겐 잊혀지지 않습니다. 인류문명의 중심인 책의 역사에 하나를 더 보태어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 그게 바로 제게 힘을 줍니다. 그런 느낌은 적어도 몇 년씩은 가더라고요.”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저는 지난 20년 동안 언론에 노출된 사람입니다. 소수의 사람을 오래 속이고 다수를 짧게 속일 수도 있으나, 다수를 오래 속이지는 못합니다. 사람은 20년 동안이나 가면을 쓰고는 못 삽니다. 또 저는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참고 사는 사람이 못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바로 제가 정말 편하다고 느끼는 제 삶의 방식입니다.”



<안철수 약력>
△1962년 부산 출생 △1986년 서울대 의대 졸업 △1991년 서울대 의학박사 △199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대 및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 △2000년 미국 스탠포드대 벤처비즈니스 과정 연수 △2008년 미국 와튼스쿨 기술경영학 석사

△1989년∼1991년 단국대 의대 전임강사 및 의예과 학과장 △1991년∼1994년 해군 군의관 △1995년∼2005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2005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2005년∼ 포스코 사외이사 △2008년∼ 카이스트 석좌교수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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