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교육사업했다가는..."

임동욱 기자 2008.06.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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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하긴 한국에서 육영사업을 하면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는 말이 맞나 봐요."

하나금융그룹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반응이다. 대부분 회사의 교육사업 투자에 긍정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하나금융 실무진은 속이 탄다. 임직원 자녀를 사회공헌ㆍ군인ㆍ다문화가정 자녀 등과 함께 정원의 20% 이내에서 특별전형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제출했다 뜻밖의 '특혜'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특별전형이 특정기업 임직원 자녀에게만 혜택이 부여되는 '변형된 기여입학제'라는 지적에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자사고는 별도의 입학시험을 볼 수 없어 서류전형과 면접이 주요 선발 수단이다. 하나금융 직원 자녀라고 해서 면접만 보고 입학시키는 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을 통해 선발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고액 연봉의 임원들은 자녀가 고교생 이상이어서 대상자가 없고, 대부분 평범한 직원들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교육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학교를 제대로 지어 인재를 양성하고,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공감대를 갖고 교육사업에 뛰어들게 하려는 것"이라며 "이처럼 순수한 의도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특혜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전반적인 사업일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당초 2010년 3월을 개교시기로 잡았으나, 최근 들어 2011년으로 그 시기를 늦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건은 수익사업이 아닌 교육사업"이라며 "건축비만 400억원이 들고 매년 40억~50억원씩 발전기금을 출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투자하고 재정지원도 하는데 특별전형 대상에 임직원 자녀를 포함시키는 정도의 혜택도 안 준다면 어떤 기업이 교육사업에 투자하겠냐"고 되물었다.



하나금융은 이번 논란이 조용히 지나가길 원하고 있다. 서울시ㆍ서울교육청ㆍ교육과학기술부 등과 원만하게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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