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땅이 3억 간다고?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8.06.0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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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키우는 '무늬만 재개발'- <1>]

-재개발 불투명한데도 지분값 쑥쑥
-사당 화곡 창동 단기투자자 극성

6000만원 땅이 3억 간다고?


'3.3㎡당 공시지가는 600만원, 시세는 이보다 5배 많은 3000만원' 동작구 사당동 단독주택 얘기다. 이 일대는 정비예정구역이 아닌데도 재개발 기대감에 지분값이 올들어 치솟고 있다. 사당동 뿐만 아니라 강서구 화곡동 도봉구 창동 등 수십개 동의 다세대와 연립은 사업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소문만으로 지분값이 덩달아 뛰고 있다.

이른바 '무늬만 재개발' 지역의 주택값이 급등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의 거품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동작구 사당동, 강서구 화곡동, 도봉구 창동 등의 다세대주택이 뉴타운 지정 기대감 등에 힘입어 작년 연말에 비해 3.3㎡당 300만~5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창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 연립과 다세대주택의 경우 대지지분 기준 시세가 올 들어 10% 이상 올랐다.



대지지분 면적 33㎡미만 주택의 경우 지난해말 3.3㎡당 1500만~1800만원이던 것이 현재는 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20㎡미만의 소형주택은 2500만원을 호가한다.

강서구 화곡동 일대도 강세다. 대지지분 33㎡미만 연립 다세대는 지난해말 3.3㎡당 1800만원에서 현재 2000만원으로 200만원 올랐다. 올초 3.3㎡당 2000만~2500만원이던 사당4동 연립 지분값은 현재 3000만~3500만원선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돼 있지 않아 재개발 인허가를 받지 못한다. 서울시가 지난 2004년 발표한 정비예정구역 299곳만이 오는 2010년까지 정비계획을 수립해 재개발을 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재개발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서울시가 내년말까지 선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재개발에 포함될지 불투명한데다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되더라도 개발 완료까지 10~15년 걸린다.

때문에 이들 지역의 주택 매입자 중 상당수가 재개발을 기다리는 수요자보다 단기 투자자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은 "재개발지역의 땅값이 오를 만큼 오르면서 잠재성이 있으나 저평가된 주변 지역으로 투자자가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투자 바람은 현지 중개업소의 부채질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화곡동 P중개업소는 "서울시 기본계획이 나온 뒤 투자하면 이미 늦은 것"이라며 "사업 초기일수록 리스크는 크지만 수익성은 높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재개발 지분 투자에 앞서 지분평가액(감정평가액)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합원 토지와 건물에 대한 최종 평가액인 감정평가액이 적을수록 추가부담금이 늘어난다. 지분의 감정평가액은 보통 공시지가의 130% 안팎에서 결정된다.

공시지가에 비해 지분값이 턱없이 높은 곳이 많아 묻지마 투자를 하면 원금도 찾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 사당동 277~280번지 일대 3.3㎡당 지분시세는 2800만~3500만원이지만 공시지가는 587만4000원~1415만7000원에 불과하다. 단독주택 재건축지역인 용산구 후암동 46㎡짜리 다세대주택는 시세가 4억원선인데 비해 공시지가는 1억원에 그쳤다.

장현창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강남 재건축단지가 예상보다 많은 추가부담금 탓에 하락한 것 처럼 강북 재개발도 지나치게 오른 부분에 대해선 조정을 받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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