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방통위의 땜질식 규제

송정렬 기자 2008.06.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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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정보 유출사건 이후 하나로텔레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고객정보를 팔았다'는 오명으로 기업신뢰가 추락한 것도 모자라, 3000여명의 소비자들로부터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당했다.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3000명이 도화선이 돼서 앞으로 집단소송자가 수만 수십만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방송통신위원회마저 하나로텔레콤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방통위는 하나로에 대한 경찰수사가 발표되자, 하나로만 대상으로 사실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과징금 또는 영업정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연매출 1조8000억원 기업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가 하나로텔레콤에 대한 제재절차에 착수하면서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형평성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경로로 지적된 '텔레마케팅(TM)'은 하나로뿐만 아니라 KT와 LG파워콤 등도 널리 이용하던 영업방식이라는 점에서 하나로만 '일벌백계'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 그리고 TM을 통한 고객정보 유출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는데, 이를 방치해왔던 방통위(옛 정통부)가 하나로를 단죄하는 것만으로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4년전 기간통신사업자인 하나로를 외자의 손에 넘어가도록 방치한 것도 정부였던 터다.



4년만에 겨우 SK텔레콤으로 인수된 하나로텔레콤. 인수합병(M&A)이후 후속정비를 할 겨를도 없이 터져나온 이번 사건은 하나로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의 고민은 제재수위가 아니라, 되풀이되는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방통위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회사에게 수백억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를 시키는 것이 본질적 처방책이 될지 고민해볼 일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방통위가 '소도 잃고 외양간도 불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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