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집중' 예비군촛불 "MB가 예비군동원 제대로했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3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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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들이 시위대 행렬 앞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최용민, 이명근 기자↑예비군들이 시위대 행렬 앞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최용민, 이명근 기자


29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 발표에 반발하는 대규모 촛불집회에 '예비군 부대'가 출현했다.

이날 저녁 7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는 애초 '촛불대행진'을 계획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됐다. 이가운데 '예비역'들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자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예비군 군복을 입고 모여든 40~50명의 참가자들은 인근 청계광장에 모여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한 예비군은 "인터넷 상에서 나오자는 의견을 보고 참가했다. 특정 모임에 소속된 사람들은 아니고 여기서 처음 본 사람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대 곳곳에 섞여 '질서유지'에 나서는가 하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부대'를 지키는 역할도 맡았다.
↑몸싸움 중에 경찰을 막아나선 예비군들 ⓒ최용민, 이명근 기자↑몸싸움 중에 경찰을 막아나선 예비군들 ⓒ최용민, 이명근 기자
예비군 부대는 30일 오전 1시30분쯤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경찰이 진압에 나서자 스크럼을 짜고 '인간방패'를 자처했다. 이 와중에 예비군 차림의 참가자 2명을 포함 4명이 연행됐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40대 남성은 "나도 예비군복 한번 찾아봐야겠다"고 했고 30대 회사원도 "예비군복을 버린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시민은 인터넷 게시판에 "(예비군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는데 환하게 웃으며 '아니에요'라고 하더라"며 "아직 앳된 예비역들의 푸른 미소가 왠지 모르게 서러워 지하철 안에서 내내 울었다"고 적었다.

벌써 일부 네티즌들은 '예비군 팬클럽' 회원모집에 나섰다. 모집 포스터에는 "MT가 31일 게릴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닭장차를 잘 찍어 타시면 예비역 오빠들과 경찰서로 MT가는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한 예비군은 이날 오전 3시가 넘어 현장 상황이 일단락되자 "시위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모였는데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며 "아직 인원이 부족한 만큼 '병력'을 더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그가 "오늘 MB가 예비군 훈련 소집 제대로 했다"고 덧붙이자 주위 시민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편 29일 촛불집회는 시민 4만여명(경찰추산 2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저녁 8시30분쯤부터 가두시위에 들어갔다. 명동과 종로 일대를 돌던 시위대는 밤 10시쯤 광화문에서 경찰의 저지선에 막히자 왕복 10개 전 차선을 점거하고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거리행진 도중 주위를 지나던 시민들이 합세하는 등 시위대의 행렬은 점점 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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