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증시 지수 중에서 1% 넘게 오른 것이 없지만 외환과 채권, 그리고 상품시장에서는 괄목할만한 반전이 이뤄졌다.
엔/달러 환율은 102.70까지 떨어졌다가 104엔선을 회복했다. 엔/유로 환율과 엔/스위스프랑 환율 등 엔크로스 환율도 일제히 상승하며 엔화 약세가 재개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최근 닛케이지수가 엔화 동향에 영향을 받고 코스피지수가 닛케이를 추종하는 패턴을 감안한다면 전날 저점대비 2% 이상 오르면서 상승세로 마감한 닛케이 및 토픽스 지수가 이미 방향성을 예고한 것일 수 있다.
코스피지수를 나흘 연속 떨어뜨리며 장중 200일 이평선마저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국제유가(WTI)도 5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매도 포지션 커버와 투기매수세로 135.09달러까지 치솟다가 미국 에너지부가 최근 일별 원유 소비량이 약 2000만 배럴로 전년대비 1.3% 감소한 소비량이라고 발표하자 1.77% 하락 마감했다. 이날 낙폭은 5월들어 최대다.
현재 세계 원유 수급동향에서 중요한 것은 공급량 증가가 아니라 수요 증가다. 그러나 고유가로 인해 선진국 원유 소비는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관건은 친디아 등 신흥시장인데 이들 국가의 최근 경제성장률(GDP)이 둔화되고 고정자산 투자도 주춤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원유 소비 급증세가 지속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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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 하락을 주장하는 전망이 거의 자취를 감춘 것에 비추어 시장 투기심리가 극에 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모두가 한쪽 방향을 주장할 때 반드시 버블이 터졌던 금융시장 경험을 떠올린다면 어느덧 유가도 비철금속 시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중국의 무한한 대기 수요를 언급하면서 일취월장 오르기도 했던 비철금속 중 일부는 최근 끝모를 하락세를 일관하고 있다.
런던금속시장(LME)에서 니켈 가격은 메트릭톤(MT)당 2000달러까지 6.85%나 장중 급락하며 2006년 8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아연은 나흘간 10% 이상 급락하며 2006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납은 전날 6.38%나 떨어지는 등 최근 나흘간 14% 이상 추락하며 1년전 레벨로 돌아갔다.
밀도 4.24% 급락하며 연최저치를 경신했다.
상품 중에는 버블이 터진 뒤 하락추세로 돌입한 종목이 상당하다. 소프트 커머디티(Soft Commodity), 하드 커머디티(Hard Commodity)에 대한 가격 앙등 우려가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만 급등세를 고수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낮은 얘기가 된다.
현재 기업 어닝에 대한 전망은 양호하다. 미국 S&P500 기업의 어닝은 금융부분을 제외하면 50% 이상의 기업이 두자리 숫자의 이익을 내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환옵션 손실분을 제외할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를 받는 쪽이 더 크다.
경기 둔화 우려가 아직 개인소비지출이나 기업 어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인플레 우려만 제어된다면 주가 상승세는 재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