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치는 '인플레 먹구름'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5.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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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약달러·中지진 등 겹쳐…원자재·곡물가 폭등 우려

- 미국 유럽 등 물가 '↑'…유로대비 달러 약세
- 유가 130불 근접…계속 오른다
- 中 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등 亞도 위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세계 경제를 휩쓸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유가는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돌파했으며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핵심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예상치의 두배에 달한 것으로 발표됐다.



아시아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대지진, 미얀마 사이클론 등에 따라 벌써부터 원자재, 식품, 곡물가 등의 폭등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신용경색으로 한방 먹은 세계 경제가 이제는 물가에 발목 잡힐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 WTI 가격 추이.(자료 : FT)↑ WTI 가격 추이.(자료 : FT)


◇ 미국 유럽 등 '물가 고공'=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의 4월 핵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대비 0.4% 증가, 예상치 0.2%를 훨씬 넘어섰다. 3월 상승률은 0.2%에 머물렀었다.



리먼브라더스의 자크 팬들 애널리스트는 "최근 소비자 물가지수가 양호하지만 PPI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4월 도매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높은 1.1%로, 연간 5.2%를 기록했다. 지난 2006년 8월 이후 최고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에 대해 강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유로 강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는 최근 3주새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가치 약세는 미국내 수입품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 유가 사상최고…'계속 간다' = 국제 유가는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29달러를 넘어선 채 마감했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6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02달러 오른 129.07달러로 마감했다.사흘간 배럴당 5달러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분 피켄스는 이날 "유가가 연내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켰다. 크레디트 스위스도 이날 유가전망치를 상향했다.

도널드 콘 미 연준(FRB) 부의장은 전날 금리동결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점차 하락,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셈프라 메탈의 존 켐프는 "콘은 이러한 믿음을 유가가 100~105달러일 때부터 고수했다"며 "하지만 시장은 그 뒤로도 계속 올랐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여전히 유가가 '불변의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에 서방국가의 중앙은행들도 긴축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 아시아, 재해까지 덮쳐…'휘청'=
중국 물가는 8%대 고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 대비 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는 28.1% 뛰었다. 역시 2004년 말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여기에 지난 18일 중국 쓰촨성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원자재, 식품 등 물가 상승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쓰촨성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전체 공급량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식품물가의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의 소비량이 많은 식품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식품 가격 상승이 여타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앞서 이달초 미얀마 중남부 지방에 사이클론(열대성 태풍)이 덮치면서 쌀가격은 더욱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피해지역이 쌀 생산량이 많은 곡창지대였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경제 위기설'이 감돌고 있는 베트남 역시 기록적인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통화 공급량을 조절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19일부터 기준 금리를 기존 8.75%에서 12%로 올린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21.4% 급등했다. 이는 지난 1992년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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