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 운용 전문인력이 없다

더벨 현상경 기자, 전병윤 기자 2008.05.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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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④ 낙하산인사ㆍ짧은 순환주기ㆍ인센티브 제도 미비

이 기사는 05월18일(15:3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우정사업본부의 투자역량이 떨어지는 건 '공무원 조직'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자금 운용조직을 끌어가는 '장'자리가 관련 경험이 거의 없는 주무부처 관료들에게 맡겨져 있다.

우체국금융의 운용은 분야별로 '예금사업단'과 '보험사업단'에 분리돼 있다. 이 가운데 예금쪽은 옛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 출신이, 보험쪽은 새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 출신이 사이좋게 맡고 있다.



각 부처에서 다른 업무를 담당하다 어느날 갑자기 '발령'을 받아 수십조원의 운용을 책임지게 된 경우다.
우정사업본부, 운용 전문인력이 없다


특히 작년 신설된 보험사업단장 자리는 옛 정보통신부가 자산운용 전문성을 고려해 내외부 공모를 통해 전문가를 선정하려고 했지만 부처 자체가 사라지면서 결국 무산됐다.

일반직원들도 마찬가지. 대부분 옛 정보통신부 출신 서기관급 이하 직원들이다. 나름대로 학력이나 경력을 고려해 사람을 선별하고는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보화사업, 위성통신사업 등 금융과 무관한 업무에 수년간 매진하다 뜬금없이 자산운용을 시작하는 셈이니 다년간 실전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민간 금융사들의 투자 전문가들과 비교 자체가 무리다.


자금운용 전담 조직을 설립한 역사도 3년이 안된다. 과거에는 금융기획과, 보험과 등에서 다른 업무와 더불어 자산운용을 함께 담당했다.

그러다 2006년 행담도 관련 채권에 투자했다가 수천억원을 날릴 뻔한 사건 이후 마침내 현재의 예금자금운용팀, 보험적립금운용팀을 설립했다.



그래도 각각의 팀에 배치된 인원은 15명 내외. 단순계산해도 1인당 운용해야 할 자금이 평균 1조원을 넘어선다.

게다가 3~5년 근무후 다른 부서로 옮기는 순환보직 구조가 운용업무의 일관성마저 해치고 있다. 언제 다른 기관이나 부처로 자리를 옮길지 모르니 아무래도 '무사안일주의'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이런 공무원 조직의 한계를 체감해 다년간 각종 보완책을 마련해왔다. 운용팀과 별개로 리스크지원팀을 구성, 투자대상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관리한다. 또 예금보험사업지원단이란 산하단체를 따로 두고 금융기관 경력 3년 이상의 민간 전문가들을 '연구원' 형태로 뽑아 운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우정사업본부가 가진 한계는 쉽게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다고 해도 이들에게 직접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제공되지 않는다. 실력이 있어도 제대로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우정사업본부, 운용 전문인력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조직 성격상 운용결과에 따른 내부 보상체계가 명확치 않다.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보니 우수한 인력을 영입하기 어렵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수십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현재 인력들이 외부에 나가면 지금보다 대여섯배 이상 연봉을 받을 수 있다"며 "조직성격상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비해 투자성과가 높은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실무 차원에서 다양한 투자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군인공제회의 경우 우정사업본부와 마찬가지로 일선 금융경력이 적은 군출신 인사들이 자산을 운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주식, M&A, 해외투자 등에서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나선 탓에 오랜 실무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인 우정사업본부는 이같은 다채로운 투자경험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다. 외부에서도 쓸 만한 사람을 데려오기 힘들면 내부에서라도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이 마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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