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로 美쇠고기 정국 돌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5.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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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달간 발언 자제하던 강만수 장관 감세론 재천명
- "감세 조기에 추진, 2012년까지 조세부담율을 20%로"
- 쇠고기 파동 관심, 감세로 돌리려는 의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처럼 입을 열었다. 다시 '감세' 얘기를 꺼냈다. 약 한달 간 소관 정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던 강 장관이었다.



새 정부가 미 쇠고기 수입협상 파문으로 난관에 처한 가운데 그나마 여론이 우호적인 '감세론'을 들고 나와 여론의 물꼬를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강 장관은 16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치사를 통해 "감세를 조기에 추진, 투자증대와 내수확충을 통해 시장활력을 제고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인세율을 올 사업연도 분부터 대폭 인하하고 연구개발(R&D)시설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감세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현행 조세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2.7%(2007년 기준)로 주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새 정부는 지속적으로 감세를 추진해 2012년까지 조세부담율을 20%대(20∼21%)로 낮추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최저세율(13%) 과표 기준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소득세, 상속세 완화와 함께 지방 골프장 등 개별 분야에서의 개별소비세, 종합부동산세 감면도 추진되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달 17일 한나라당과의 고위 당정협의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로는 재정, 환율, 세제 등 소관 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지나친 '강성 이미지'가 정책수행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를 의식해서였다.

지난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간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강 장관은 환율, 금리, 추경 등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다시금 논란에 말려들지 않기 위함이었다. 지난 15일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미FTA 비준동의를 촉구했지만 소관 정책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진 것은 아니었다.



이처럼 공식 발언을 자제해온 강 장관이 고강도 감세를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재천명한 배경에는 최근 미 쇠고기 수입 파동에 경도된 여론의 관심을 '감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강 장관은 지난 15일 FTA국내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 관련, 오해된 부분이 있어 한미FTA 비준이 시련을 맞고 있다"고도 했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강 장관은 올해 경기가 지극히 부진해 어려움을 겪게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새 정부 초대 재정부 장관직을 맡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몸을 던질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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