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음주골프, 당신의 관절을 노린다

윤재영 나누리병원 진료부장(정형외과 전문의) 2008.05.0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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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를 조금 친다면 '알코올 다마'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이다. '술 먹고 당구를 친다'는 소리인데 골프도 마찬가지다.

아마 골프를 즐기는 40,50대 중년 남성중 골프 도중에 동료들과 일명 '폭탄주'를 마신 경험이 없지 않을 것이다. 등산에는 '막걸리', 골프에는 '폭탄주'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 탁 트인 자연 경관을 벗삼아 라운딩을 돌면 자연스레 술 한잔 생각이 절로 날 테니 말이다.

술의 유혹은 PGA 선수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미국의 스포츠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PGA 선수 7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한 결과 절반이 '술이 덜 깬 상태에서 경기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편한 잠을 자기 위해서라는 이유.



적당한 음주는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해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맥주 1캔 정도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폭탄주'는 이야기가 다르다. 사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구한테는 맥주 1캔도 폭탄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음주로 인해 인사불성이 될 지경까지 가면 매너 스포츠인 골프와 격이 맞지 않는다. 라운딩 도중 부리는 추태는 둘째 치고라도 음주 골퍼에게 스트레칭은 바랄 수도 없는 일일테며, 사실 술 먹은 상태에서 스트레칭 해도 효과 조차 거의 없다. 몽롱한 정신에 하는 스윙 자세는 부정확할 수밖에 없어 피로골절, 염좌 등 부상을 부른다.



음주로 인한 심각한 질환이 있다. 바로 혈액순환 장애로 넓적다리와 엉덩이(고관절)뼈가 썩는 '대퇴골절무혈성괴사'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장기간 음주가 혈관에 지방성분과 혈액응고인자를 증가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주로 40~50대 남성들에게 발생한다. 최근 중년 유명 배우인 이영하씨가 이 병에 걸려 한 차례 유명세를 치른 병이다.

아직까지 '대퇴골절무혈성괴사'에 걸린 골퍼나 골프 마니아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골프가 스윙할 때 어쩔 수 없이 엉덩이를 고정시키고 허벅지를 과도하게 돌리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충분히 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바르지 못한 스윙 자세로 평소 고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터에 술을 무절제하게 마신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대퇴골절무혈성괴사'에 걸리면 초기 약물과 물리치료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현재로서는 수술적 치료 밖에 없다. 인공관절 치환술이 대표적인 수술적 치료법이다.


술은 이뿐만 아니라 관절염과 통풍을 더욱 악화시켜 관절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백해무익이다. 만약 이번 주말 라운딩 약속이 있다면 술 약속까지는 잡지 말자. 어쩔 수 없는 술자리라면 특별히 관절 통증이 없더라도 집에 돌아온 후 온욕과 찜질로 관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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