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뿐 아니라 미국의 마이크론, 일본의 소니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에 핵심 공정용 실리콘 부품을 공급하는 월덱스의 배종식(57) 대표.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 호기심
그는 모르는 것이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식탁에서 밥을 먹다가도 뉴스에 모르는 말이 나오면 바로 찾아봤습니다. 회계 부서에 있을 땐 밤늦게 학원 등록을 하고, 회계 전공 서적을 다 사와서 공부했지요. 비전공자라서 새로운 걸 배울 땐 늘 색다르고 실용적인 방법을 찾았습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결국 임원까지 됐다. 다양한 신규 사업도 맡았다. “정확히 기억은 나진 않는데요, 40대에 들어서면서 문득 삶에 회의가 들기 시작하더군요. ‘지금까지 전반부 인생은 참 열심히 살았는데, 같은 방식으로 후반부 인생까지 끝내도 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1년 넘게 고민을 했습니다. 새벽 2시반에 일어나 길거리에 나가 보기도 했습니다. 폐지를 주우며 부업하는 사람들을 보며 여태껏 그저 평범하게만 세상을 보던 시각에 조금씩 변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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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끝에 그는 창업을 해서 세상에 자신만의 족적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할 지에 대해 고민했는데, 산업의 기초가 되는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었습니다. 결국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알게 된 실리콘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공정과 관계있으면서 수입대체 효과도 노릴 수 있어서 의미가 크다고 봤습니다.”
# 공대 출신
2000년 월덱스를 창업한 이후, 그는 “공대 출신이냐”는 질문을 많이 듣었다고 했다. “전 그럴 때 마다 ‘월덱스 공대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다가, 설명을 들으면 알아듣고 웃곤 했습니다. 비록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지만, 경영자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 실리콘 분야를 철저하게 공부했습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그가 이끄는 월덱스는 반도체 식각공정의 소모품인 실리콘 링과 전극(electrode)을 최초로 국산화했다. 거래처가 하나 둘 씩 늘어나며 세상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2005년엔 세계 일류 중소기업에 선정됐고, 지난해 연말엔 중소기업대상(경영 부분)도 받았다. 드디어 올 3월엔 코스닥 상장심사도 통과했다.
“절차를 밟아 상장하게 되면, 제 개인 회사가 아니라 공개회사가 되는 것이므로 책임성과 투명성에 더욱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더불어 우리가 가진 정밀가공기술을 더 발전시켜 어떤 형태로든 상장 이후 ‘나노테크’ 분야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계속 꿈을 꾸고, 이 꿈을 위해 끊임없이 행동해야죠. 나중에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무런 후회나 원망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볼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