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2가지

박창욱,최종일 기자 2008.05.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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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1 인터뷰]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

사장이 되기 위해 필요한 2가지


인터뷰는 보통 1대1이다. 한 사람의 눈을 통해 다른 한 사람의 진면목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2대1 인터뷰는 어떨까. 보는 사람에 따라 인터뷰 대상이 달리 보일 수 있고, 더 다양한 측면이 드러날 수도 있다.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CEO팀 2명의 선후배 기자가 동시에 살펴보았다. `2대1 인터뷰'의 첫 상대는 기옥(사진) 금호석유화학 사장이다.




<기옥에 대한 생각 하나..그는 프로다>

중국의 지도자 저우언라이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설명한 말이기도 하다. 프로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일하는 방법을 알고, 일이 되게끔 하는 사람이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기옥(59)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프로라고 할 수 있다.



# 경영의 기초
 
기 사장은 1976년 금호실업에 입사했다. 그에게 자금 업무가 주어졌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물불을 안 가리고 일 했습니다. 딱히 승진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하루에 1건씩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입사 2년도 안 돼 그는 그룹 계열사간 외환거래를 통해 수수료를 절약한 공로로 ‘그룹 부회장상’을 타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처음 배치된 경리부에서 8년이나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남들이 다 한번씩 나가는 해외근무도 못 해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아쉽죠. 맡겨진 일만 잘 해놓으면 된다 생각하다 보니, 직속 상사에게 해외 근무 시켜달란 말도 못 했거든요.”
 
그룹회장 부속실을 거쳐 아시아나 항공 상무까지 계속 재무·기획 업무를 했다. “99년 아시아나 서울지점장(상무)으로 나가기 전까지 23년간 한 가지 일만 쭉 했네요. 전 재무 분야 업무에서 경영의 기초를 다졌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영업을 했던 서울 지점장 시절에도 원가 개념에 충실하게 영업을 해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 아이디어
 
2000년 그는 아시아나컨트리클럽에서 처음 대표이사가 됐다. 최고경영자(CEO)가 돼서도 아이디어는 계속 나왔다. 항공사 근무 시절 경험을 살려, 정비 일정을 쪼개 골프장을 항상 새것처럼 유지했다. 대표적인 서비스인 ‘온라인’ 부킹도 그의 재임시절 도입했다.
 
2004년엔 금호폴리켐 사장으로 부임했다. “생소한 석유화학 분야로 오면서 관련 전문 서적과 자료를 팠습니다. 프로라면 치열하게 본질에 다가가야 하니까요.”
 그는 선물환을 통해 환율 변동위험에 대비하고 차입금 상환일정을 1달 단위 쪼개 ‘노는 돈’을 최소화하는 등 재무 전문가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아울러 공정 개선에도 과감히 나섰다. “같은 재료로 생산성을 2배로 높인 덕분에 은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던 그는 2006년 그룹 최대 화학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의 사장이 됐다. “우리 회사는 내년이면 고무 분야에선 세계 1위가 됩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정밀화학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시켜, ‘우리 선배들이 이렇게 훌륭한 회사를 만들었구나’라고 후배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생각 둘...기옥은 사람을 향한 CEO다>
 
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풍채가 좋고 인상도 강인하게 보였다. 목소리도 굵었다. ‘카리스마형 CEO’가 연상됐다. 하지만 얘기를 나누면서 점차 온화한 리더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도 ‘화합형 리더’에 가깝다고 했다. “뭔가 결심하고 끌고 나가야 할 때는 직원들을 강하게 독려할 필요가 있고, 또 공감대를 구해야 할 때는 헌신적인 모습이나 배려 같은 것들이 필요하겠죠. 그러나 굳이 한쪽을 고르라면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기 사장은 특히 사람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CEO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직원들 얘기가 맨 먼저 나왔다. “종업원들이나 직원들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그것을 실현시켜주는 일이 CEO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2006년 말 금호폴리켐에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 1년 동안 전국 사업장을 돌며 1000여명의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였던 일도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기 위함이었다.
 
금호석유화학 노사 대표들이 지난 3월 한자리에 모여 '항구적 노사 산업평화 선언식'을 열고 노조가 회사측에 올해 임금 교섭에 관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 일도 리더로서 기 사장의 이러한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인맥 관리를 위한 남다른 비결이 있지 싶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해관계 없이 진정성을 가지고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렇다 보니 만남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터놓고 얘기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아무래도 약간의 술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밥만 먹고 맨숭맨숭하게 아무 말도 오고가지 않으면 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겠죠.”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을 물었다. “CEO를 위한 문화예술 과정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합창반에 들었습니다. 교수에게 지휘를 가르쳐달라고 했죠. 시간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배울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피아노나 기타 같은 악기는 나중에 꼭 배워보고 싶습니다.”


이유는 이랬다.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잖아요. 시간이 나면 남들 즐겁게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배워보고 싶습니다.” 그는 사람을 향해 열려 있는 CEO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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