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정부, 나훈아를 봐라

머니투데이 윤석민 국제경제 부장 2008.05.0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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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 진짜 괴담의 주인공이 있었다. 그는 당당히 앞에 나와 단상에 올라섰다.
국민 가수 나훈아씨 얘기이다. 나씨는 바지 지퍼를 내리려는 제스처 한 방으로 그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날려버렸다.

괴담이란 피하면 피할수록 감추면 감출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당사자야 억울하겠지만 예측불허의 결과로 치닫는 속성이 있다. 그냥 묻혀두면 세월따라 잊혀지는 기억의 편린과는 다르다.



지금 괴담의 주인공은 정부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이명박 정부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며 통상 집권 6개월간의 ‘허니문’기간은 어디로 날아가고 ‘나훈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전개양상은 사뭇 다르다.

필자 역시 유학, 특파원 생활 등을 통해 길들여진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기다려온 입장이다. 맛보다는 국내 쇠고기의 비싼 가격에 가슴 조이며 고대하던 개방이다. 근데 진실에 다가갈수록, 정부가 믿으라고 조금씩 내보이는 협상의 일단을 들여다 볼수록 ‘뭔가 찜찜하다’는 의혹은 커져만 간다.



우선 정부가 담보한 검역의 안전성 문제이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서울시내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치어 죽을 가능성에 비하면 전무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일전 검역조건이 훨씬 까다롭던 당시 SRM물질인 등뼈를 버젓이 보내온 미국이다. 몇 차례 금지됐던 뼈조각이 나와 논란이 일던 차에 나온 끝내기 수였다.

지난달에는 미국계 대형유통업체의 유기농야채 포장에서 냉동 들쥐가 통째로 나오는 소동도 일었다.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이를 다루는 인간의 실수는 늘 일어날 개연성이 상존한다.


이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될 위험의 범위를 줄이는 방식이 중요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도축소의 연령이 30개월이냐는 문제가 관건이다. 30개월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이 정한 일종의 ‘38선’이다. 관찰결과 30개월이상된 소들이 광우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30개월이상의 소에서 추출된 SRM은 개, 고양이 사료로도 사용해선 안된다고 결정해 우리가 ‘개만도 못 하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30개월이상까지 허용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실제로 저급한 육질로 인해 업자들이 수입을 꺼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역으로 더 싼 값 때문에 기필코 들어오고 말 것이 불보듯 뻔하다. 현재 20개월미만을 고집하는 일본과 중국이 우리의 예를 따를 것이라고 한, 미 양 정부는 내다보지만 '글쎄'다. 우리의 '통큰 양보'에 미국도 분명 놀랐을 것이다.



형식이 부분 보완이든, 재협상이든,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양국간 재논의는 분명 있어야 한다. 국제관례가 어떻다 한다지만 작은 인터텟 쇼핑몰도 '아무 이유없는' 소비자 변심에 환불해줘야하는 세상이다.

하물며 건강을 담보로한 국민적 우려로 논의를 다시 하자는데 응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우방'일 수 없다. 실제로 협상에서 입법부의 견제를 내세워 자주 우는 소리를 내는 곳이 미 행정부이다. 서명한 조약의 비준도 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제 정부가 필요한 것은 나훈아식 발상의 전환이다. 안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밖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좋은 레버리지이다. 전 정부에서는 이를 너무 티나게 이용하다 상대방의 미움만 키웠다. MB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되돌리는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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