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서브프라임, 이젠 도약의 발판"

취리히(스위스)=박성희 기자 2008.05.0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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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체ㆍ유상증자 등 공격적 행보..서브프라임 기회 삼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스위스 국민의 일상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의 대부분이 UBS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왔고, 80스위스프랑이던 UBS 주식은 33프랑으로 떨어졌다. UBS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전과 같을 수 있겠는가"(취리히 거주 현지 교민)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은행 'UBS'의 본사(사진)가 자리한 취리히의 아침은 여느 도시처럼 분주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유럽 최대 손실을 입은 은행이라고 하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UBS "서브프라임, 이젠 도약의 발판"


UBS는 지난 해 200억프랑을 상각한 데 이어 1분기 180억프랑(190억달러)를 또 다시 털어냈다. 지난 달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UBS 총괄 고문인 피터 쿠러가 마르셀 오스펠을 이어 신임 회장으로 선임됐고, 이 자리에서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150억달러의 유상증자 안을 통과시켰다. 서브프라임이라는 거센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발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UBS를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제네바에서 회계법인 에델바이스 트러스트앤코퍼레이트 서비스를 설립, 운영중인 세나이 메스핀(32)은 "스위스인들이 당장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서브프라임 이후 앞으로 신용카드사가 더 큰 문제를 겪지 않겠냐"며 우려했다.



UBS 주주이기도 한 세나이는 "대체 미국에서 어떻게 했기에, UBS가 어떻게 투자했기에 주가가 반토막이 날 수 있는지 스위스 주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거래 은행을 UBS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체감하는 위기의식은 더욱 컸다. 제네바에 거주하는 한 금융인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훨씬 심각하다"며 "부동산 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 등 많은 부분이 타격을 입었고 이를 복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만큼 매우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당장 느끼지 못하지만 주택 담보 대출시 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고 대출이자도 상승하는 등 앞으로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스위스인들의 투자 방식이 변하고 감원이나 보너스 삭감 등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시장에선 UBS가 여름 휴가 전까지 최고 8000명을 감원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200명을 해고할 것이라는 UBS 관계자의 예상보다 3배 더 많은 것으로, 이는 UBS 전체 인력의 10%에 달하는 숫자다. 올해 추가 상각을 단행했지만 일부에선 아직도 서브프라임과 관련해 잠재 부실이 남아있는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UBS "서브프라임, 이젠 도약의 발판"
이에 대해 마르커스 로너(사진) UBS 글로벌자산운용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해 440억스위스프랑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IB 부문을 중심으로 감원을 검토중인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웰스매니지먼트와 비즈니스 뱅킹, 글로벌자산운용 등에서 110억프랑 상당의 세전순익을 기록했다는 점은 UBS가 여전히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1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도 많은 이들이 아직 UBS가 탄탄한 성장기반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도 UBS 고객의 자산은 안전하고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현재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론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달 1일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UBS의 주가는 15% 가까이 상승했다. 일부에선 지금이 저평가된 UBS 주식을 매입할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다. UBS가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오르면 주가는 분명 오른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폭풍 후에도 UBS는 여전히 'AA'(S&P, 피치)의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기자본비율(Tier 1 Capital Ratio)도 10.6%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던 UBS는 이제 '정중동'(精中動) 행보 속에 유럽 최대 은행으로서의 명성과 자부심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UBS에게 이미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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