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주총, 한편의 버라이어티 쇼"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2008.05.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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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해서웨이 주총 스케치]주주행사 짜임새...버핏, 계열사 홍보 혼신

3일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은 짜임새 있게 연출된 흥겨운 쇼였다.
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는 이날 새벽부터 주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버크셔 해셔웨이 주총이 열린 오마하 퀘스트센터 내부. 3만1000명의 주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버크셔 해셔웨이 주총이 열린 오마하 퀘스트센터 내부. 3만1000명의 주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대기줄의 맨 앞줄에 서 있던 리치 그로스씨(위스콘신 거주)는 "가장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새벽 5시에 친구 세명과 함께 나왔다"며 "가까이서 버핏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컨벤션 센터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가이코(보험사), 데어리 퀸(아이스크림), 저스틴 브랜즈(가죽 신발),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가구), 시스 캔디스,쇼 인더스트리(카페트)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버크셔 자회사 32개의 홍보 부스가 마련됐다.
주주들 뿐 아니라 이날 취재를 위해 몰려든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에게 계열사 제품을 최대한 홍보하기 위한 것.
↑버핏 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br>
버크셔 계열사 데어리 퀸의 <br>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br>
[오마하=김준형 특파원]↑버핏 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버크셔 계열사 데어리 퀸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오마하=김준형 특파원]
○…오전 6시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 페인트 회사 벤자민 무어가 초청한 화가 마이클 이스라엘이 전시장에서 워런 버핏 회장의 대형 즉석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행사는 개막됐다. 오전 6시 30분가 조금 지나 전시장을 찾은 버핏은 TV인터뷰에 이어 계열사 부스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기념촬영 포즈를 취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했다.



데어리 퀸 전시장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고, 유클렐리(기타 모양의 하와이 현악기)를 연주하며 미국 포크송 '당신은 나의 태양(You are my sunshine)' 한 대목을 불러 흥을 북돋기도 했다.

○…버핏은 오전 8시30분 공식 주총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이날 주총장을 찾은 인원이 3만1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워런 버핏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비상임 이사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도 예년과 다름없이 참석해 관객석의 맨 앞줄에서 주총을 지켜봤다.
주주들은 점심 시간 이후 조금씩 자리를 뜨기도 했으나80% 이상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버크셔 주력 계열사 가이코의 마스코트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버핏 회장.[오마하=김준형 특파원]↑버크셔 주력 계열사 가이코의 마스코트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버핏 회장.[오마하=김준형 특파원]
○…주주와의 대화에 앞서 주총장에서는 찰스 멍거 부회장이 대통령 후보에 출마하고, 버핏 회장이 선거대책위원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이 기술담당 고문을 맡는다는 내용의 만화영화가 상영됐다.

멍거부회장은 만화속에서 지구 온난화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데어리 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추워져서)온난화는 절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재정적 곤란에 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없이 집을 나서지 마라(아멕스는 버크셔가 투자한 회사)"고 익살을 떨었다. 또 버크셔의 계열사 이름이 모두 들어간 코믹한 내용의 CM송을 반복해서 들려줬다.

○…주총 직전에는 버핏 회장이 버크셔를 떠나 미모의 드라마 주인공 수전 루치와직업을 바꾸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가상 긴급 보도'가 편성돼 실제로 버핏이 유머러스한 형식을 통해 은퇴발표를 하는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기도 했다.


버크셔 회장으로 부임한 수전이 주주들의 큰 박수 속에 배당률을 높이는 등 주주우선 정책을 펴겠다고 말하는 순간 다시 찾아온 버핏은 수전과의 계약서를 찢어버리며 "나는 버크셔 없이는 살수 없다"고 말하는 걸로 회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 주총에서 부모의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아이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버핏과의 대화시간에도 '꼬마 주주'들의 앙증맞은 질문이 이어졌다.
시카고에서 온 9살짜리 소년은 버핏에게 '시카고 커브스'를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버핏에게 "야구팀을 사는것은 좋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버핏은 이 소년의 의견에 동의하며 "특히 TV방송국들이 관중석을 키우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고 맞장구를 쳤다. 버핏은 소녀의 나이를 물어본뒤 "아마 너는 야구팀을 사게 될 것 같지만, 내가 살 것 같지는 않다"고 받아넘겼다.

텍사스에서 온 8살짜리 소년은 버핏에게 중국이나 인도의 다른 기업을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 버크셔 계열사 벤자민 무어가 아티스트를 초청, 즉석에서 제작한 버핏의 초상화.[오마하=김준형 특파원]↑ 버크셔 계열사 벤자민 무어가 아티스트를 초청, 즉석에서 제작한 버핏의 초상화.[오마하=김준형 특파원]
○…주총장 안팎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리건주 클래매스 댐 피해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버크셔 계열사가 클래매스강 유역에 댐을 건설하면서 오염피해를 입고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댐을 없애는 게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버크셔 주주들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주총중에도 버핏회장에게 거듭 댐 제거를 요구하고 주총장내에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으나 버핏은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것인지는 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넘어갔다.

○…이날 오후 3시10분까지 무려 6시간 가까이 이뤄진 질의 응답에 이어 이뤄진 주총 표결에서 버핏과 멍거 등 경영진이 재선됐다.

정례 주총에 걸린 시간은 겨우 5분. 임원선임 안건에 동의하면 '예'라고 대답해달라는 버핏의 제안에 주주들은 일제히 웃음섞인 대답으로 동의를 표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이 열린 오마하의 퀘스트센터↑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이 열린 오마하의 퀘스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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