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본사가 있는 미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퀘스트센터'에는 이날 새벽부터 주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버크셔 해셔웨이 주총이 열린 오마하 퀘스트센터 내부. 3만1000명의 주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컨벤션 센터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가이코(보험사), 데어리 퀸(아이스크림), 저스틴 브랜즈(가죽 신발),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가구), 시스 캔디스,쇼 인더스트리(카페트) 등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버크셔 자회사 32개의 홍보 부스가 마련됐다.
주주들 뿐 아니라 이날 취재를 위해 몰려든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에게 계열사 제품을 최대한 홍보하기 위한 것.
↑버핏 회장이 취재진 앞에서
버크셔 계열사 데어리 퀸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오마하=김준형 특파원]
버크셔 계열사 데어리 퀸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오마하=김준형 특파원]
○…버핏은 오전 8시30분 공식 주총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이날 주총장을 찾은 인원이 3만100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주들은 점심 시간 이후 조금씩 자리를 뜨기도 했으나80% 이상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버크셔 주력 계열사 가이코의 마스코트와 포즈를 취하고 있는 버핏 회장.[오마하=김준형 특파원]
멍거부회장은 만화속에서 지구 온난화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데어리 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추워져서)온난화는 절로 해결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재정적 곤란에 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없이 집을 나서지 마라(아멕스는 버크셔가 투자한 회사)"고 익살을 떨었다. 또 버크셔의 계열사 이름이 모두 들어간 코믹한 내용의 CM송을 반복해서 들려줬다.
○…주총 직전에는 버핏 회장이 버크셔를 떠나 미모의 드라마 주인공 수전 루치와직업을 바꾸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가상 긴급 보도'가 편성돼 실제로 버핏이 유머러스한 형식을 통해 은퇴발표를 하는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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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회장으로 부임한 수전이 주주들의 큰 박수 속에 배당률을 높이는 등 주주우선 정책을 펴겠다고 말하는 순간 다시 찾아온 버핏은 수전과의 계약서를 찢어버리며 "나는 버크셔 없이는 살수 없다"고 말하는 걸로 회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 주총에서 부모의 손을 잡고 따라온 어린아이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버핏과의 대화시간에도 '꼬마 주주'들의 앙증맞은 질문이 이어졌다.
시카고에서 온 9살짜리 소년은 버핏에게 '시카고 커브스'를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버핏에게 "야구팀을 사는것은 좋은 투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버핏은 이 소년의 의견에 동의하며 "특히 TV방송국들이 관중석을 키우는 추세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고 맞장구를 쳤다. 버핏은 소녀의 나이를 물어본뒤 "아마 너는 야구팀을 사게 될 것 같지만, 내가 살 것 같지는 않다"고 받아넘겼다.
텍사스에서 온 8살짜리 소년은 버핏에게 중국이나 인도의 다른 기업을 살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 버크셔 계열사 벤자민 무어가 아티스트를 초청, 즉석에서 제작한 버핏의 초상화.[오마하=김준형 특파원]
버크셔 계열사가 클래매스강 유역에 댐을 건설하면서 오염피해를 입고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댐을 없애는 게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버크셔 주주들의 장기적인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주총중에도 버핏회장에게 거듭 댐 제거를 요구하고 주총장내에 플래카드를 내걸기도 했으나 버핏은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것인지는 주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넘어갔다.
○…이날 오후 3시10분까지 무려 6시간 가까이 이뤄진 질의 응답에 이어 이뤄진 주총 표결에서 버핏과 멍거 등 경영진이 재선됐다.
정례 주총에 걸린 시간은 겨우 5분. 임원선임 안건에 동의하면 '예'라고 대답해달라는 버핏의 제안에 주주들은 일제히 웃음섞인 대답으로 동의를 표하고 내년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이 열린 오마하의 퀘스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