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투자 주의보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2008.05.0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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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예정지역에 투자했다.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집 한 칸 사는 데 쏟아부었다. 4식구가 10평도 안되는 좁은 집에 이사를 해 살았다. 그 곳에 새로 짓는 아파트를 받기 위해 7년여를 참고 그렇게 살았다. 그러나 아파트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지분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런 황당한 사례가 늘고 있다. 과도한 지분쪼개기 때문이다.



◇지분쪼개기 활개…피해 많아

이보다 더 허무한 경우도 있다. 재개발 추진이 확실시되는 곳에 들어갔으나 노후도 미달로 사업추진 자체가 요원해진 경우다.



지분을 쪼개기 위해 단독주택을 허물고 새로운 다세대주택을 짓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재개발 대상지역이 새 집으로 넘쳐나고 결국 법정 노후도 기준(60%)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분쪼개기는 법의 허점을 노린 신종수법에 속한다. 현재까지는 재개발구역 등으로 지정되면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해당 지역 내에서 토지를 사고팔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본인의 주택을 허물고 새 주택을 건축하는 행위는 매매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 때문에 다세대주택 등을 지어 지분을 쪼개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에서도 변경등기 후 지분을 나눠파는 행위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런 경우 분양권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 지분쪼개기가 극성인 해당 지역에서는 거주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볼 수밖에 없다. 신축건물들이 많아 노후도가 낮아져 구역지정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새로 짓는 아파트 건립규모보다 지분이 더 많으면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분양권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보게 된다. 또는 주민들끼리 지분을 합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규정 차장은 "과거 지분쪼개기로 인해 많은 돈과 시간을 허비하게 된 피해사례들이 상당수 있었다"며 "재개발이나 뉴타운 등에 투자를 할 때에는 이런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지 충분히 조사한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전 지자체 확인ㆍ현장답사는 필수



김규정 차장은 무엇보다도 현장 확인과 진행상황 확인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김 차장은 "부동산중개업소나 기획부동산업소를 완전히 믿지 말라"며 "관할 구청 지적과나 토지관리과 건축과 등에 확인하면 재개발 진행단계가 어느 단계인지 알 수 있고 지금 들어가면 구역 지정이 됐을 때 지분보유자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역지정상태 및 진행상황, 제약조건 등을 지자체를 통해 반드시 확인하라는 조언이다. 또 구청에서는 해당 지역의 노후도 통계를 주기적으로 내고 있으므로 이런 점도 꼭 확인해야 한다.



특히 뉴타운이나 재정비촉진사업, 또는 재개발 외에도 재건축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 등도 있으므로 개발이라고 해서 똑같이 봐서는 안된다.

길을 뚫는다든지 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분양권은 전혀 나오지 않으며 현금으로 약간의 이주비 정도만 나온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또 현장에 가서 대상지역을 꼭 살펴봐야 한다. 노후도의 경우 구청의 통계와 현장답사결과가 다를 수 있다. 곳곳에서 다세대주택 등이 신축을 시작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면 노후도통계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구역지정된 곳과 지정예상지역은 달리 접근해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가격을, 지정이 예상되는 곳은 노후도를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한다.

김규정 차장은 "이미 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저렴한 물건은 거래가 마무리되고 비싼 것만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나중에 보상을 위해 감정평가를 받았을 때 구입가격보다 못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싸게 샀다가 추가비용까지 많이 나와 총 투자금액이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생긴다는 얘기다.

김 차장은 "사업기간이나 기회비용, 불편하고 낙후된 거주환경, 부실한 냉난방 등을 고려하면 새 아파트를 청약해 분양받거나 다른 곳에서 기존 주택을 사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재개발 등 투자는 어디까지나 적은 금액을 투자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투자할 때에는 노후도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한다. 현재 노후도가 법정 기준을 충족하고 있더라도 다세대주택 등 신축이 횡행하다면 앞으로 노후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구청에서도 확인해보고 현장에서 발품도 팔아 체크해야 할 필수 항목이다.

김 차장은 "아직 구역지정이 되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이점이 있다"며 "그러나 언제 지정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기간리스크가 크고 만약 노후도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사업자체가 한참 유보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서울시 및 각 구청 팔 걷어…정부는 또 한발 느려



지분쪼개기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자체들이 먼저 팔을 걷었다.

서울시에서는 재개발이나 뉴타운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소형 다세대주택을 신축하거나 단독주택을 헐어 소규모 다세대주택을 신축하는 경우에는 재개발아파트 분양대상에서 제외하고 현금 청산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시는 시의회 의결을 거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하여 오는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구로구에서도 이에 발맞춰 재개발이나 재건축정비추진 예정지역 56개소, 광역개발계획추진 예정지역 16개소, 뉴타운식 광역개발계획추진 예정지역 4개소 등에 대해 건축심의를 확대 강화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국토해양부에서는 지구지정 고시일 이전의 지분 쪼개기에 대해서도 분양권을 인정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법개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규정 차장은 "그동안 지분쪼개기는 법망을 피하는 많은 수법들이 개발돼 왔다"며 "정부에서는 이렇게 법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피해가 커지면 뒤늦게 막아오기만 하고 있어 발빠른 대처가 아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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