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시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했던 무역수지 130억달러 흑자 달성이 힘들다고 밝힌 상태다.
적자폭이 이번에 크게 축소되기는 했지만 그 배경을 뜯어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수출이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8.6% 증가한 36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효과보다는 비경상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올해 비자카드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국내 회원카드사들에게 11억7000만달러의 배당수익이 발생한 것이 적자 폭 축소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3월에 집중되는 외국인 주식배당금 일부가 아직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한은은 외국인 주식배당금 30억달러 가운데 10억달러 정도가 아직 국내에서 대기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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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이 환율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3월중 원/달러 환율은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달러당 1000원선을 오가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양재룡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계절적 요인과 환율요인이 복합돼 있어 어떤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상수지 적자 폭 축소에 (환율효과가) 일부 가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상적자 다시 커지나= 한은은 비경상적 요인을 빼면 3월 경상수지 적자가 22억~23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일회성 특수요인이 없어지면 4월 중 경상수지 적자 가 다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외국인 주식배당금이 40억달러 이상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고유가 행진도 부담 요인이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연간 9억배럴 중 재가공해 수출하는 3억배럴을 뺀 것은 고스란히 유가상승의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가가 10% 오르면 적자폭이 60억달러 가량 확대된다는 계산이다. 3월 평균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6달러 급등했고, 4월에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상품수지가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양 팀장은 "유가가 오르면 상품수지가 크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맞다"며 "(4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무역흑자 목표 달성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은 이날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최고 경영자 조찬간담회에서 "고유가와 고원자재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무역수지 130억달러 흑자 달성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