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쇳물서 자동차까지' 꿈 이루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4.29 10:56
글자크기

[현대제철 다시보기②-1] 당진 일관제철소 통해 '수직계열화' 완성

현대제철 (24,400원 ▲100 +0.41%)이 현대·기아차그룹 내에서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좋은 품질의 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좋은 철강재가 필요하고, 그 철강재를 생산하는 계열사가 바로 현대제철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그동안 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했다. 고급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 설비가 없어 정작 자동차 외관에 사용되는 철강제품을 공급하는데 기여하지 못했다.



고로 설비를 갖춘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 설립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본격적인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한달에 한두번씩 빼놓지 않고 당진의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을 방문한다. 지난달 2년여만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것을 감안하면 일관제철소 사업에 대한 그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투자금액이 5조원을 넘는 '대형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룹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차는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를 통해서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대하이스코는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인 열연강판을 대부분 수입해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전기로를 통해 생산하는 열연강판이 고급소재인 자동차용 강판을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아서다. 강판 조달에 있어 해외업체 의존이 심하다 보니 자동차 기술개발에도 제약이 적지 않았다.

자동차 강판의 생산자인 철강업체와 수요사인 자동차업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최고의 자동차용 강판과 최고의 자동차 생산이 가능해진다. 조만간 상용화를 앞둔 하이브리드(Hybrid)카만 해도 고강도 경량 강판 사용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의 성장에는 신일본제철이라는 철강업체가 있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시너지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쇳물서 자동차까지' 꿈 이루다


◇철강 제조사, 수요사 머리 맞댄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가동 초기부터 기술적으로 생산이 가장 어렵다는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수직계열화'의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보통 고로업체들이 가동초기에 생산이 용이한 저급강을 생산하고 경험을 쌓은 후 고급강의 비율을 높여나가는 것과 다른 접근이다.



현대제철은 이를 위해 지난해 2월 기술연구소인 '현대제철연구소'를 설립했다. 선행 연구를 통해 오는 2010년 제철소가 가동되기 전에 필요한 핵심기술들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연구소는 선행 연구가 가능하도록 일관제철소의 전 공정을 모사(模寫)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이를 통해 일관제철 가동시 생산할 각 강종별 제조기술을 테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연구소는 총 830억원을 투자해 일관제철공정 가운데 원료와 제선, 제강, 연주 등의 공정을 연구하는 제철실험동과 슬래브,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 제품 개발 공정을 연구하는 압연실험동 등 실험동 2개, 실험재료를 분석하는 철강연구동 등 3개의 건물을 갖추고 있다.



제조업체와 수요업체 3사의 연구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열연강판 제조분야는 현대제철이, 냉연강판 제조분야는 현대하이스코가, 완성차 개발 분야는 현대, 기아차가 중점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는400여명의 석, 박사급 인력이 대거 포진한다. .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수요업체 3사의 연구원들이 한 건물에서 호흡을 같이하며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며 "전 세계 일관제철소 사상 초유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家 30년 '쇳물꿈'= 고로 설비를 갖춘 일관제철소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 부터 시작된 현대家의 30년 꿈이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철강 수요 업체들을 거느리고 있어 누구보다 '쇳물'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1977년 일관제철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지만 광양의 포스코 제2 제철소에 밀려 꿈을 이루지 못했다. 94년 다시 일관제철소 사업 계획안이 발표되지만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현대家의 '쇳물꿈'은 2006년 1월 현대제철이 당진 일관제철소 설립을 승인 받으면서 현실이 됐다. 선대 회장의 꿈이 장자인 정몽구 회장 손에서 비로소 결실을 맺은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