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강국 구원투수··현대제철 뜬다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8.04.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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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다시보기①-1] 당진 일관제철소 공급부족 해결사 기대

현대제철 (24,400원 ▲100 +0.41%)이 흔들리는 '철강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되살릴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에 건설중인 일관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 능력은 세계 30위권에서 8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포스코의 포항, 광양제철소에 이은 국내 제3의 일관제철소인 당진 제철소가 가동되면 질 좋고 값싼 철강재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값비싼 외국 철강제품을 수입해 써야 하는 기업들도 당진 공장 가동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수요 급증에 철강재 '태부족'= 포스코로 대변되던 한국 철강업계의 위상은 최근 크게 약화됐다. 지난해 조강 생산규모 기준으로 포스코가 세계 4위, 현대제철이 30위였다. 중국 철강사 10개가 세계 철강업계 30위권내에 진입했고 일본도 세계 2, 3위(신일철, JFE) 철강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비해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산업의 위상 약화는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철강 수요 산업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최대 고민도 후판(선박 등을 지을 때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 부족이다. 포스코가 연 380만톤, 동국제강이 연 250만톤을 생산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조선업계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이 비싼 해외산을 수입해다 쓰고 있다. 그나마도 제때에 조달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쓰이는 냉연제품, 파이프나 컨테이너 제작에 쓰이는 열연강판의 공급도 크게 달린다. 현재 국내 열연강판의 내수 규모는 총 2900여만톤으로 추정되지만 국내 생산량은 2500여만톤에 그친다.

◇철강 수급 숨통 틔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철강 수요 업계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일관제철소는 고로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해 각종 철강제품을 생산하는 전 공정을 소화한다. 핵심 설비인 '고로'는 값싸고 질좋은 쇳물을 생산할 수 있어 모든 철강업체의 꿈으로 불린다.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의 고로 1,2호기가 오는 2011년까지 완공되면 연간 650만톤의 열연강판, 150만톤의 후판을 추가로 생산하게 된다. 국내 부족분을 완전히 메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수급 균형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다.

세계 철강업계에서 차지하는 현대제철의 위상도 크게 달라진다. 현재는 철스크랩(고철)이나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녹여 철강제품을 만드는 전기로가 주력이지만 명실상부한 '고로 업체'로 탈바꿈한다. 또 1단계 1,2호기, 2단계 3호기 고로까지 가동되면 기존 전기로를 통한 생산분(약 1050만톤)을 포함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규모는 연간 2250만톤으로 확대된다. 이는 지난해 조강생산 통계 기준으로 세계 8위권이다.



철강강국 구원투수··현대제철 뜬다


◇선택과 집중..이상적 상품 포트폴리오= 과거 인천제철과 강원산업, 한보철강의 3개 기업이 뭉쳐진 현대제철은 이미 철강업계에서 찾아보기 드문 '철강 백화점'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설 자재로 쓰이는 철근과 형강을 중심으로 한 봉형강류에서 주단강, 중기계, 압연롤 등 중공업 부문 상품, 스테인리스 냉연과 열연강판 등 판재류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제철이 이같이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었던데는 한국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과감히 구사한 덕분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00년 3월 강원산업을 합병하며 중기계 및 압연롤 부문을, 2000년 12월에는 삼미특수강(現 BNG스틸)을 인수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사업부문을 강화했다. 2004년 10월에는 외환위기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한보철강을 인수해 열연강판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고로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봉형강류 중심으로 이뤄졌던 제품 구성비가 판재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더욱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제철은 봉형강과 판재류의 비중이 68 대 28로 봉형강류에 대한 사업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2015년 고로 3기 체제가 계획대로 가동되면 이 비율은 봉형강대 판재류가 37대 63으로 탈바꿈한다.



한국의 철강재 내수 출하비중(2005년 기준)이 건설업 대 제조업이 37대 63인 것을 감안하면 시장 구도와 유사한 이상적인 제품 구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일관 제철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의 전기로와 균형된 성장을 일궈낼 수 있다"며 "시장 상황 변화라는 외풍에도 더욱 강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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