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휩쓸 '노원發 쓰나미' 될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5.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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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노원구 아파트 가격 급등

강북에 유래 없는 초특급 강진이 발생했다. 실제 지진은 아니지만 쓰나미급 이상의 위력이다. 노원을 진원지로 하는 초특급 부동산 가격 폭등이 지진의 정체다. 여진도 남아있다. 노원발 쓰나미 여파가 강북의 부동산시장을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중랑천의 지류인 당현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보합세에 머물던 노원 인근 부동산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이제는 ‘끝물’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격매수에 나선 일부 부동산 투자자들의 힘이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노원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최근 집중되는 여론과 정부의 세무조사 및 각종 제동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몇 주 전보다 높은 호가를 제시하며 장기 투자를 권하는 광경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노원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6개월 새 1억원이 올랐을 정도로 무섭게 급등하던 이 지역이 최근에는 매수문의가 줄며 주춤한 상태”라며 급등세가 한 풀 꺾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중계동과 상계동 일대 60㎡ 미만의 매물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2010년 6월 완공 예정인 당현천 개발이 가시화되면 이익실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개업소 대표의 주장이다. 또 여전히 남아 있는 뉴타운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이 지역 중개업소의 단골 메뉴다.

이 같은 이유로 노원을 중심으로 한 강북지역의 가격 상승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에 따르면 4월 3째 주 강북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상승세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름폭이 큰 지역으로는 노원구, 중랑구, 도봉구, 강북구 순으로 평균 0.74~1.18%의 폭으로 가격 상승의 효과를 맛봤다. 대부분 총선에서 뉴타운 개발이 언급된 지역으로 주민 사이에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모두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곳이지만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주거전용면적 60㎡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서 주택구입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이 지역 대부분이 이 보다 좁은 면적이기 때문에 사실상 신고지역으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큰 타격은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추가 지정을 주택 가격 안정 이후로 못 박은 데다 주택거래신고지역 발표로 강북지역 가격 안정용 재료가 연달아 나오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상승 국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휩쓸 '노원發 쓰나미' 될까?


◆노원 파장, 인근 지역으로 전이



1주가 지난 4월 4째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을 살펴보면 주변 지역으로 파장이 옮아가고 있는 현상을 포착할 수 있다.

부동산 114의 자료에 따르면 노원구가 0.12%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인근 지역인 도봉구(0.44%), 중랑구(0.33%), 강북구(0.24%), 성북구(0.17%)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는 0.0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천구(0.22%)를 제외하면 서울시 내에서 가장 많이 오른 상위 5개 지역이 모두 노원구와 접해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노원발 집값 폭등이 얼마나 큰 위력을 떨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원, 왜 올랐나

노원구의 집값 폭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이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개발 이주수요로 강북 전역이 물량 부족을 겪고 있는 데다 지역간 ‘갭 메우기’ 현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소형 면적이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구입하기에 큰 부담이 없는데다 가격 상승의 박탈감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지역은 실수요자가 70% 가량 차지하고 있어 호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노원 아파트 가격 폭등의 원인을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에서 찾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다. 노원지역은 강남의 대치동과 마찬가지로 강북의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역이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정부의 영어 공교육 발언 이후 강남과 목동으로 움직이기에 부담이 큰 이주 수요가 비교적 사교육 시장이 잘 형성된 노원ㆍ상계 지역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은평뉴타운이 가시화되면서 서울 강북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여건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노원이 추격양상을 보였다는 견해도 있다.



◆얼마나 더 오를까

문제는 얼마나 더 오를까 하는 부분이다. 부동산시장에서 노원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돼 있다. 한마디로 ‘거품’이라는 의견과, ‘제값 찾기’라는 견해다.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태산이 높아봐야 하늘아래 뫼’일 뿐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아무리 저평가 돼있다 하더라도 강남의 업무시설, 교통여건, 접근성, 교육시설, 문화 예술 등 기반시설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노원지역이 더 이상 오른다면 곧 ‘진짜 제값 찾기’를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반대로 제값 찾기가 진행 중이라는 의견은 그동안 상대적 박탈감을 맛보았던 지역 거주자들 사이에서 생성됐다. 대형 아파트 단지와 각종 개발호재에도 불구하고 십여년째 제자리걸음만 했던 강북 집값을 이번 기회에 보상받아야 한다는 심리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최근 노원구의 사례로 볼 때 조정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가격 하락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3만가구에 달하는 강북의 재개발 이주수요가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포스트 노원은 어디인가



그렇다면 노원과 같이 가격 급등이 나타날 다음 지역은 어디일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단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투기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데다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재개발 기대심리가 높은 지역은 상대적으로 호가가 떨어질 공산이 적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문가들은 마포, 동작, 중화, 도봉, 신림, 망원, 합정, 서교 등을 투자 유망지역으로 꼽고 있다.

지금도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지만 주변 시세가 많이 오른 데다 재개발의 기대감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맹목적인 지역 투자보다는 해당 물건에 대한 분석과 함께 금융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무리하게 포스트 노원을 좇다가 헤어 나올 수 없는 자본의 올가미에 걸릴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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