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돈이 대수냐'라고 말하지 마라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4.2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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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꿈땀]최진식 심팩(SIMPAC)·심팩ANC 회장

'그깟 돈이 대수냐'라고 말하지 마라


"기업인이 불굴의 정신으로 사업에 열중하면, 한때 어려웠던 기업이라도 거뜬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의 말이다.

사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경영자의 정신과 열정에 달려 있다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 때 잘 나가던 금융전문가에서 코스피 상장 제조기업의 경영자로 변신한 최진식 심팩(SIMPAC)·심팩ANC 회장.



그는 한 때 위기에 처했던 기업을 인수, 자신만의 경영방식으로 훌륭하게 되살려 냈다.

# 금융인
 
최 회장의 첫 직장은 현대건설이었다. "바레인 지사에서 현지 금융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6시에 출근해서 죽도록 일을 하는데, 제 업무의 상대방인 금융인들은 편하게 일하면서도 엄청난 고액연봉을 받고 있었거든요."
 
회사 선배에게 금융관련 전문서적을 얻어 파고 들었다. "덕분에 AIG그룹 계열의 외국 은행에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원하던 높은 연봉도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회사 선배가 증권회사로 가라고 추천해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잘 한 선택이었습니다. 고도의 기업금융 업무를 배울 수 있었으니까요."
 
동양증권에서 채권팀, 국제팀을 거쳐 기업금융 분야에서 임원이 됐다. "당시 회사에선 최연소 임원이었습니다. 이후 한누리투자증권(현 KB투자증권)으로 옮겨 기업 금융 분야의 본부장(전무)까지 지냈죠. 실적이 좋아 업계에선 개인 소득세 1,2위를 다툴 정도였습니다. 사업의 종자돈은 이 시절에 모을 수 있었죠."



당시만 해도 그는 증권사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금융 분야에서 CEO가 되려면, '층층시하'로 윗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았습니다."

쌍용그룹이 외환위기를 넘지 못하고 해체되는 과정에서 STX그룹의 모태가 된 쌍용중공업(현 STX) 인수 작업에 1년 이상 참여하게 됐다. 이 때 함께 매물로 나왔던 쌍용정공이 최 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쌍용정공(현 심팩)은 가전 및 자동차용 중대형 프레스 분야의 대표적 기업이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제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2001년 사재를 털어 과감하게 인수했습니다."

# 기본


최 회장은 제조기업의 경영에 빠져들어 갔다. "제조 기업을 해보니, 금융과는 달리 수익의 원천이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재무제표 등 결과가 나타난 서류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제조기업은 누구나 다 아는 간단한 것을 남들보다 잘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영혼을 모두 바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철저하게 챙겼다. "시간당 생산량이나 원재료 수급 현황 등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이런 걸 잘 관리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이 나오게 됩니다. 많은 우량 기업들도 핵심역량은 의외로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이 가장 최우선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경영 전략은 적중했다. 최 회장이 인수한 이후, 심팩은 위기에서 완전히 탈출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심팩의 지난해 순이익은 122억원으로 전년보다 41.5%나 늘었다. "저희는 가장 좋은 기계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활발한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금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늘 성장하는 것, 세계 시장에서 오래오래 살아남는 것입니다."

# 경영자의 사랑

최 회장은 기계 산업의 특성을 감안, 원자재 산업에도 관심을 가졌다.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기업을 인수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합금철 분야의 대표기업이었던 한합산업이 법정관리 하에 있었습니다. 합금철은 쇠를 강하고 질기게 하는 재료로 음식의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철강산업에선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소재입니다."



2년에 걸친 꼼꼼한 준비 끝에 2006년 한합산업의 인수에 성공했다. 사명을 심팩ANC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경영에 돌입했다. "우량기업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선 노사 관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리후생 등을 꼼꼼히 챙기면서 강성이었던 노조를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결국, 지난 1월 노조가 조합원 100%의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했습니다."

노사 관계 안정을 바탕으로 심팩ANC의 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심팩ANC는 지난해 매출액 811억원, 순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이전인 2005년보다 외형은 약 2배, 이익은 4배 이상 늘었다. 오는 5월쯤엔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코스닥 상장 심사 신청도 할 계획이다.

"경영자는 이런 저런 말이 필요 없습니다. 오직 실적으로 승부할 뿐입니다. 강한 기업을 만들어 회사의 이익을 늘리고, 월급도 많이 주고 싶습니다. 바로 이것이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이자, 기업인으로 살아가는 보람입니다."



이 대목에서 그에게 '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물었다. "흔히 '그 까짓 돈이 대수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이건 진정한 속마음과는 다른, 돈을 벌 자신이 없는 좌절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정정당당하고 아름답게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한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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