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삼성본관 주차장, '수요회의' 안열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08.04.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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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총체적 위기상황에 현안 논의기구 부재

삼성본관 후문 주차장. 매주 수요일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인 '수요회의'에 참석하는 사장들의 승용차들이 즐비한 곤 했다. 23일 오전 업무용 밴 2대만이 구석진 곳에 주차돼 있을 뿐 텅 비어있었다.

삼성 부회장단(이학수, 윤종용, 이기태) 및 사장단은 매주 수요일 1시간 동안 교양수업과 그룹 주요현안에 대해 논의해왔다. 사장단은 그동안 '수요회의'에서 주로 건강, 예술, 문학, 경제 현안 등에 대해 40분정도 강의를 듣고 그룹 현안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듣기도 했다. '수요회의'로 불리는 삼성그룹의 고위급회의는 그동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연중무휴로 진행돼 왔다.



8월초 여름 휴가시즌에 한번 정도 쉴 뿐이었다. 이건희 회장이 일부 사장단과 해외출장을 가거나 'X파일' 사태나 '비자금 논란'이 벌어질 때도 쉰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회장 퇴진 선언후 첫 수요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전략기획실과 같은 사령탑이 폐지되고 사장단협의회가 그룹의 의사결정 기구가 될 것으로 예상되던 터라 그 모태가 될 '수요회의'는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어제 긴급 사장단 회의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수요회의를 하루 쉬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평소 오전 7시경 출근하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이나 김인주 사장도 이날 정상 출근시간인 8시 전까지 회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통상 오전 7시30분경 출근하던 이재용 전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 전무는 아침 조찬모임이 있을 경우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날은 출근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오늘(23일)만 수요회의가 쉬었을 뿐 오는 6월말까지 협의기구인 사장단협의회(사회 윤종용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부회장)를 구성하기 전에는 매주 수요일 사장단 회의가 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전날 열린 사장단 회의가 이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 등 그룹 쇄신안 발표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사장단이 모여 향후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폐지 등 삼성의 중심 축이 흔들리면서 사장단도 방향타를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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