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대국민 사과와 그룹회장직 사퇴 발표를 한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의 해체는 곧 삼성그룹의 사실상 해체가 아니냐는 질문에 삼성 그룹 관계자는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그룹 해체적 성격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는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체의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삼성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정리되면 이 전무 등 3남매에 대한 계열분리도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쇄신안 발표 자리에서 "이 회장의 자리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대신할 것이며, 그룹의 주요 기능은 사장단협의회를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그동안 각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수요회의를 매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수요회의의 주요 내용은 사장단에 대한 교양교육 수준이었으며 그룹내 주요이슈가 있을 때 간단한 토론 기능만을 해왔다.
이 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을 폐지하는 대신 이 수요회의를 공식화한 사장단협의회를 구성하고, 이수빈 회장이 협의회 의장을 맡는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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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장단협의회는 결정권을 가진 조직은 아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조율하는 기능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삼성 그룹 내 절대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조직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향후 완전한 계열사의 자율 경영체제가 될 것"이라며 "각 계열사간 상충되는 부분에 대한 조율 기능이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해 사실상 그룹 개념의 삼성이 사라졌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당분간 계열사간 의견충돌 등을 조율하는 기능이 없어진 채로 가게 된다.
◇경영권 승계 어떻게 되나=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더라도 삼성그룹의 대주주 지위는 여전한 만큼 경영권 승계부분도 또 하나의 관심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7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완성했다.
에버랜드 최대주주인 이재용 전무가 삼성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구조는 이미 완성된 셈이지만 그렇다고 이 회장이 해오던 경영권을 이번에 이 전무로 바로 이양하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삼성은 이번 쇄신안 발표에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4~5년내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어떤 형태로든 지주회사로의 모양새를 갖춘 후 이 전무로의 경영권 이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지주회사는 20조원 가량의 자금이 투입되는 순수지주회사가 아닌 일부 계열사간 출자가 가능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4~5년 후 이 전무가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 이전무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이 회장의 3남매로의 상속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 계열분리를 통해 현 삼성그룹이 3개의 가지로 분리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 전무가 전자와 금융을 맡고, 이부진 상무가 호텔과 화학, 이서현 상무보가 패션과 의류로 분리해 경영권 이양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솔과 CJ, 신세계 등 선대 이병철 회장 당시 자녀들에게 나눠졌던 것과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