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힘을 얻으려면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2008.04.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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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리더십]리더는 말수를 줄여야

더 많은 힘을 얻으려면


'짐이 곧 국가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왕권을 과시했던 루이 14세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평소 그가 가장 잘 쓰던 말 중 하나가 '어디 두고 봅시다' 였을 만큼 과묵한 성격이었다.

프랑스 철학자인 생시몽은 "루이 14세만큼 자신의 말과 웃음, 눈초리를 이용하는 방법을 잘 알았던 왕은 없었다"고 했다.



말수를 줄이는 대신 그는 온몸으로 자신의 뜻을 전함으로써 항시 부하들이 주목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루이 14세는 꼭 필요한 말만을 간결하고 힘있게 함으로써 왕의 존엄을 스스로 높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뉴타운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한 표를 위해 거침없이 내뱉었던 말들이 충돌하면서 이제는 국민들의 가슴을 쓰리게 하고 있다. `약속을 했다`, `아니다`, `말을 뒤집었다` 같은 잘잘못을 가리는 '말의 핑퐁치기'에 국민들은 또 한번 허무함이 깃든 분노를 느끼고 있다.
 
모두 신중하지 못한 리더와 그 말들 때문이다. 의사소통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말은 때로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특히 리더의 섣부른 말, 경박스럽게 남발하는 말은 리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주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요즘 항간에서는 가장 재미있는 쇼가 YTN의 `돌발영상`이라고 한다. 대중에게 낯익은 대변인이니 당대표니 하는 이들이 현상에 대해 말도 되지 않는 해석을 하는 가하면 책임에 대한 변명도 기발하다.



얼마 전, `18대 국회에 당선자가 81명인데 숫자를 뒤집으면 18이니 뭔가 있다`는 둥 `창당한지 14일 만에 14명의 당선자를 냈다`는 둥의 아전인수 식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역시 `꿰 맞추기 달인`들이란 말이 절로 나왔다. 이런 말이야 말로 굳이 해서 손해 보는 어리석은 말들이다.
 
원래 사람은 상대를 해석하고 뭔가를 설명을 하고 싶어하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상대가 입을 다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훨씬 관심을 갖게 되고 집중해서 알고자 한다. 당연히 말수가 적으면 실제보다 커 보이고 더 힘이 있어 보인다.
 
이런 과묵함의 힘은 단지 정치인이나 경영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앤디워홀은 난해한 전략으로 자기이미지를 관리했다. 인터뷰를 할 때도 마치 예언자가 말하듯 모호하고 애매한 표현을 주로 썼다.

심지어 작품에 대한 해석까지도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의 침묵전략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작품에 다양하고 심오한 뜻을 찾아 헤매도록 만들었고 오랜 시간 회자되는 동력이 되었다. 앤디워홀은 '입을 다물고 있을 때 얻게 되는 더 많은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활용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동양에서도 과묵함은 리더의 필수덕목으로 꼽힌다. 한비자는 부하보다 먼저 입을 열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 많으면 부하가 지위를 넘볼 수 있음을 경고 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면 말수를 줄이고 침묵과 친해져야 한다.

말을 많이 할수록 리더는 천하게 보이기 쉽고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실지로 말을 많이 할수록 후회할 말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설사 뻔한 말을 하더라도 수수께끼처럼 중의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말수를 줄일수록 그 말은 고심한 후에 나오는 심오한 말처럼 여겨진다.
 
단, 무조건 입을 다무는 일은 삼가야 한다. 모든 상황에서 침묵이 정답일 수는 없다. 윗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으로 일관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화가 난 건지, 앙심을 품은 건지, 말에 공감하지 않는 건지, 이해가 어려운 건지 상대가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과묵한 것도 그다지 좋지 않다. 거리감을 줄뿐더러 공연한 근심과 우려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CEO와의 회의시간이 곧 CEO의 강의시간이라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말을 논리적으로 하고 많이 하는 CEO일수록 본의 아니게 직원들의 입을 막게 된다. 직원들은 의사소통을 하기 보다는 CEO의 뜻을 강요 받는다고 느껴 더 이상을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CEO 말 속의 본질적인 뜻을 듣기보다는 CEO의 눈치를 볼 뿐이다. 창조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CEO는 침묵과 친해져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침묵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고, 눈빛으로, 표정으로 소통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굴은 보름달이 뜨면 껍질을 완전히 연다고 한다. 게는 그 때 돌이나 해초를 넣어 다시는 껍질을 닫지 못하게 하고 굴을 먹어 치운다. 너무 입을 많이 열어 듣는 사람의 손아귀에 자신을 스스로 가져다 바치는 사람은 굴처럼 어리석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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