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학칼럼]금융장세에서는 금융주를 사라?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위원 2008.04.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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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장세는 금융주가 오르는 장세가 아닌가요?"

며칠 전 투자설명회에서 만난 어느 투자자의 질문이다.

금융장세 가능성을 지난 3월 이후 강하게 제시하다 보니 금융장세에 대한 질문을 여기저기서 받고 있다. 그런데 금융장세는 금융주가 오르는 장세가 아니다. 금융장세는 금융 즉 돈의 힘으로 움직이는 장세이다. 그래서 다른 말로 '유동성장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럼 금융장세에서는 어떤 종목을 사야 할까.

우라가미 구니오(浦上 邦雄)가 쓴 '주식시장흐름 읽는 법'이라는 책에서 다시 금융장세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자.



"금융장세는 약세장의 말기국면으로 경제환경이 가장 어두운 국면에서 전개되는 강세장의 1단계이다. 주가지수는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하고 있지만 이 국면에서도 하락하는 종목이 많다. … 따라서 지수가 바닥에 있다고 해서 아무 것이나 사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 금융장세에서는 경제환경이 극히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업종이든 재무구조가 좋은 Top기업으로 매수세가 몰린다"

이 글을 통해서 금융장세라고 모든 종목이 오르는 장세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물론 주가사이클이 책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업종간, 업종내에서도 차별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장세의 초입에서는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풀린 상황이 아니어서 제한적이고 차별적인 주가흐름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 3월부터 지수가 바닥권을 헤매는 가운데서도 IT,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선도주가 형성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금융장세의 선도업종인 금융주, 재정투융자관련주, 공공서비스주와 많이 다르다.

이런 차이점의 배경에는 '실적'이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장세에서는 금리인하 효과를 충분히 누리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금융주 등이 선도주로 나서지만, 현재 장세에서의 실적호전 업종은 IT, 자동차업종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업종의 Top기업인 삼성전자는 저점대비 25%, LG전자 67%, 현대차 29%, 기아차 38% 상승률을 기록하여 KOSPI 상승률 12.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최근 2주간 주식시장 흐름을 보면 전형적인 상승추세에서의 조정패턴을 보이고 있다.

즉, 선도업종인 IT, 자동차가 강세를 보인 후 숨고르기를 하는 동안 후발업종인 은행, 통신, 유통, 화학 등이 순환매 양상을 보이며, 선도업종과의 갭 메우기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수는 조정흐름을 보이면서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과열양상을 식히고 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 순환매 패턴이 발생하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외 받았던 중소형주로 매기가 확산될 것에 대한 기대감이다. 주식시장이 강세국면으로 갈수록 상승확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현재가 상승 초기국면이라면 1차적인 관심권은 여전히 선도업종의 Top기업이다.

중소형주가 본격적인 상승흐름을 형성하는 때에는 기본적으로 신용리스크가 감소추세에 들어서면서 리스크프리미엄이 낮아지는 때이다.

시장측면에서는 Breadth(상승확산)지표들이 추세적으로 반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이들 주요변수들이 개선흐름을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그래서 여전히 현재 선도업종의 Top 기업과 좀더 확장하여 Second tier 기업으로 매수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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