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0년 해법'을 구하라

머니투데이 성화용 시장총괄 부장 2008.04.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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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특검이 삼성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쯤 했으면 됐다는 시각도 있고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측도 있다.

후자의 중심에 내부 고발자인 김용철변호사와 몇몇 시민단체ㆍ언론이 연대해 있다.



이 '김용철 컨소시엄'은 처음부터 답을 정해 놓고 있었다. 특검이 밝힌 '사법적 진실'은 그들이 듣고 싶은 '답'과 다르다.

그들은 애초 특검의 수사결과를 조건부로만 수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질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이들의 태도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항고와 재고발을 하는 건 물론이고 평생을 투쟁하겠다는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삼성이 곧 발표할 쇄신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건 이 극단적인 불화의 골 때문이다.

'컨소시엄'이 원하는 답은 바뀌지 않는다. 사죄하고 달래서 얼기설기 봉합해도 정해진 답에서 빗나가면 곧 상처가 터진다.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습하자고 머리를 조아리며 8000억원을 내놓았지만 2년만에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쇄신을 서두는 게 불안해 보인다. 법의 처분을 기다리는 동안 삼성에 필요한 최고의 덕목는 '냉정'이다.

8000억원으로 안되는 건 10조원으로도 안되며, 머리를 숙여 안되는 건 무릎을 꿇어도 안된다.



오히려 침착하게 경영 위험을 줄이며 초일류기업으로 바로 설 때 믿음의 불씨가 되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삼성의 진짜 위기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서의 기반에 금이 갈 때 찾아온다. 기업 경쟁력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구도 역시 서두르면 안된다. 십여년을 고민해서도 찾지 못한 해법을 며칠만에 몇몇이 의논해 내놓는 건 자기모순이다.



설마 이번에야 '반삼성'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을 들고 나오지는 않겠지만, 처분에 맡기겠다는 식의 자포자기형 해법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그림을 그리되, 제도ㆍ시스템과의 충돌이 불가피 하다면 정부ㆍ국회와도 터놓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

'지배'가 연착륙하지 못하면 '경영'도 위기를 맞게 된다. 삼성은 사기업이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이해관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이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적대적 방관자'로 남아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인 이건희회장과 총괄기구인 전략기획실은 지금부터 비상이다. 물러나고 해체하는 건 '김용철 컨소시엄'의 기호를 충족시킬 뿐이다.

어느 때보다 강한 추진력과 구심력이 필요한 결정적 시기에 등을 보이는 건 무책임하고 심약한 선택이다. 진퇴의 문제는 맺은 자 스스로 푼 후에 논하는 게 당당하다.

특검이 밝혀낸 것처럼 이회장과 전략기획실의 전현직 간부들이 죄를 지은 건 사실이다.



과거의 관행적 불법ㆍ편법을 현재의 법적 잣대로 판단하는 게 과하지 않느냐고 변명하기에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너무 크다.

단언컨대, 현재 시점에서 완벽한 용서와 화해를 구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조급하게 해결하려 할 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다만 삼성이 한 세대를 보낸 후 용서를 받고자 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 1년이나 3년짜리 답은 없지만 냉정하고 침착하게 고민한다면 30년짜리 답은 구할 수 있다.



그게 삼성이, 이회장과 전략기획실이, 지금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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