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유가-식료품값, 글로벌 인플레 암운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4.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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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발 식량위기와 요동치는 국제유가,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구촌 곳곳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이에따라 각국의 물가 당국도 금리인하냐, 경기 부양이냐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고민하고 있다.

◇美 3월 PPI, 예상 두배= 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16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 전망치 0.6%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또 33년래 두번째로 큰 상승폭이다.



PPI 상승의 주범은 유가와 식품가로 지목됐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2.9% 올랐다. 전달의 상승률 0.8%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2월 0.5% 떨어졌던 식료품가격은 지난달 1.2% 상승 반전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PPI는 0.2% 상승했을 뿐이다.

유가는 이틀 연속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은 가계 소비도 위협하고 있다. 휘발유, 난방유 등은 가계 지출의 주된 항목 중 하나다. 지난달 휘발유 등 가정용 연료 가격은 2.9% 상승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두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다. 식료품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12개월 동안 설탕 가격은 27% 올랐다. 같은 기간 옥수수는 67%, 밀은 73% 가격이 뛰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3%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PPI 상승분만 놓고 보면 CPI가 예상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잇달은 물가 위험 신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FRB가 경기 침체 탈출을 우선시하고 있지만 인플레 우려를 전적으로 무시할 순 없다. 75bp 금리 인하를 결정했던 지난번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때도 정책위원 9명 중 2명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다. 여전히 금리 인하쪽으로 분위기가 모아지고 있지만 29일 FOMC의 결정은 한층 험난한 여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기준금리 50bp 인하에 42%에서 줄어든 26%의 가능성을 반영했다.

◇亞, 쌀을 사수하라=아시아는 때 아닌 쌀값 사수, 물가 지키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은 지난 6개월간 50% 이상 올랐다. 밀, 옥수수가 6개월 동안 걸어온 길을 쌀은 단 2주만에 주파했다. 쌀값은 지난 2주 동안 50% 폭등했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쌀값은 100파운드당 21달러선을 기록하고 있다.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2001년에 비해 5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쯤 되면 비상사태다. 중국, 이집트,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쌀 수출국들이 잇달아 쌀 수출 금지를 선언했다. 필리핀은 쌀 수출국들의 이같은 결정을 규탄하며 식량위기 논의를 위한 역내 비상회의 소집을 촉구했다. 식량위기를 직감한 세계 3위 쌀 수출국 미국은 필리핀으로의 무제한 쌀 수출을 약속했지만 아칸소주 홍수로 정작 작황이 좋지 않다. 쌀값 폭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폭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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