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 '빈대 잡다 초가 태운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04.1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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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레터]무한 '맷집 경쟁' 양상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까 걱정입니다."

증권사들이 일제히 온라인 위탁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나대투증권이 수수료율을 예상을 깨고 0.015%까지 낮추자 다른 증권사도 경쟁적으로 뛰어들 태세입니다. 한국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등이 곧 인하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나대투의 이번 인하는 다른 때와는 사뭇 다른 경쟁을 예고합니다. 업계 '주니어'가 아니라 '시니어'가 전면전을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키움증권이 지금까지 업계 최저 수수료를 주무기로 선전했는데, 다른 증권사들은 이번처럼 호들갑을 떨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권가에서 '명가'로 분류되는 하나대투의 일입니다. 얼마전 대우증권이 수수료 인하를 검토하다 금세 철회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다른 증권사들이 아우성을 쳤다는 후문입니다.



하나대투의 이번 인하는 증권업에 신규 진출하는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진입장벽 높이기'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신규 업체들은 통상 공격적인 전략과 영업을 펼친다는 것을 전제로, 사전에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죠.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에선 "혹시 초토화 전략으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공멸의 길일 수밖에 없다"는 한 대형 증권사 사장의 말도 나왔습니다.

결국 최근 인하경쟁은 '맷집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비용을 맞추기 힘든 수준으로 수수료를 인하하더라도 "나는 버틸 수 있지만 너는 힘들 것"이란 극한 대결양상인 것이죠.



하나대투 등은 수수료를 인하해 수익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손해를 내더라도 '박리다매 전략'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온라인 거래는 주로 청장년층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신규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 자산관리(WM) 부문 등으로 유도,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업계에선 이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WM 영업 등은 어차피 '큰 손'을 상대로 했을 때 채산성이 맞는데, '잔챙이'가 '대어'로 클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죠.

다른 증권사들은 증권업협회의 중재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하지만 협회가 나서면 이는 곧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금지하는 담합행위로 오해받게 됩니다. 물론 은근슬쩍 담합행위를 피해가는 여러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번 사안은 힘들다는 게 중론입니다.

고객에 이득이 되는 업체간 경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수수료율이 내려갈수록 온라인 위탁거래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그만큼 비용이 줄어들겠죠. 하지만 "가격경쟁은 가장 낮은 차원의 경쟁이다. 보다 질 높은 서비스로 겨룰 때 진정한 승부라 할 수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그냥 지나치기 힘듭니다. 수수료율 인하 경쟁은 이후 다른 부문의 '질 낮은 경쟁'으로 끝없이 확대재생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전히 목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지향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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