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 계속 지연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8.04.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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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인가신청 '된서리될까' 탐색, "꼭 해야하나" 신중론 고개

KT (41,800원 ▲100 +0.24%)KTF (0원 %) 합병이 시장기대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합병인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이 예상보다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조직정비까지 지연되면서 KTF와 합병하려는 KT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KT내 복수의 관계자는 "이르면 5월, 늦어도 6~7월쯤 합병인가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KT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당장이라도 합병인가 신청을 할 것처럼 속도가 붙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다시 들여다보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고 밝혔다.



◇KT, 방통위 탐색 '이제부터'

KT-KTF 합병 지연은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통신산업이나 정책측면에서 보면 KT-KTF와의 합병은 과거 민영화만큼이나 대형 사건이다. 옛 정통부가 KT 민영화를 풀었다면, 방통위는 KT-KTF 합병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양사 합병은 시장은 물론 학계에서조차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사안이다.

새로 출범한 초대 방통위의 주요 과제로 자사 문제가 다뤄지는 KT 입장에선 방통위 내부 기류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하지만 방통위 조직정비가 이제사 마무리되고 있어 '물밑작업'을 이제부터 시작할 참이다. 여기에 최시중 위원장은 물론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상임위원들과도 충분한 의사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섣불리 합병 인가 요청을 할 경우 오히려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


KT 관계자는 "다시 생각해도 정통부가 해체될 때 하나로텔레콤 인가 신청을 한 SK텔레콤 전략이 놀랍다"고까지 말한다. 만일 당시 KT도 KTF 합병 인가 요청을 했다면, 극단적으로 불가 판정을 받게되더라도 한번의 경험이 주는 교훈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남사장 발언 "주워담을 수도 없고"



KT-KTF 합병은 지난해 말 남중수 KT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안이다. KT, KTF의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KT의 현실적 고민은 더 깊다. 시기를 정확히 못박지 않았지만 남 사장이 직접 뱉은 말이라 주워담기도 힘들다. '인가 요청 시점이 언제인지' 시선이 쏠려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미룰 수도 없다.

막상 합병 인가 요청을 했는데, 예상보다 강한 '합병 조건'이 붙을 경우가 가장 고민스런 대목이다. 그야말로 합병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의 인가 조건 수위를 봐서 합병한다는 단서를 붙이기에도 모양이 영 아니다.



KT 관계자는 "합병에 관련된 다양한 대·내외적 이슈를 정리하거나 '합병 KT' 조직을 준비하는 등 여전히 합병은 포기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다만 정부에 인가 요청을 하는 타이밍의 문제"라고 밝혔다.

◇KT 시내망 분리요구 신중 접근

KT-KTF 합병건에 대한 경쟁 진영의 분위기 변화도 감지된다. 언제부터인가 경쟁사에서는 '시내망 분리' 요구 목소리를 낮췄다. 시내망은 KT의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현실화될 경우 정부나 경쟁사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안이다.



적자사업인 시내망을 분리할 경우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부담 분배, 나아가 요금인상 가능성도 발생한다. 정부와 경쟁사 모두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A 경쟁사 KT-KTF 합병대응팀에서 '시내망 분리 대신 합병 절대 불가' 논리를 준비하고 있는 속내이기도 하다.

어쨌든 KT 내부에는 '합병 신중론' 목소리도 있다.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조직을 정비하는데 힘을 소진할 때 차라리 사업적 우위를 점하자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합병을 기정사실로 언급한 남중수 KT 사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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