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값 인상… 고통은 이제 시작?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김지산 기자 2008.04.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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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업체들 원가 부담 가중, 공급달려 가격 오름세 이어질 듯

포스코 (375,000원 ▼500 -0.13%)가 철강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주요 제품을 톤당 12만원씩 인상해 인상률이 20% 내외에 이른다. 철강 생산에 원료가 되는 철광석, 석탄 등의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이에 따라 철강재를 많이 쓰는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최종 수요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올들어 30% 이상 인상= 포스코는 오는 17일 주문분부터 열연강판(핫코일)과 조선용 후판, 냉연강판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톤당 12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인상률은 18~21%에 달한다.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은 지난 2월에도 10% 안팎으로 인상이 이뤄져 올들어 인상분만 벌써 30%를 넘는다.

열연강판 값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만들어지는 냉연강판과 조선용 후판 값도 줄줄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쇳물을 만들지 못하는 철강업체들을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열연강판 등을 가공해 하공정의 철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의 철강 가격 인상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가격 반영도 쉽지 않아=일반적으로 철강재 수요가 많은 5대 산업으로는 건설, 조선, 자동차, 전자, 기계 등이 꼽힌다. 조선이 원가의 15~20%를 철강재가 차지하고 자동차는 5% 내외, 건설, 전자, 기계 등은 이보다 약간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자동차의 경우 대체로 자동차 1대 제작에 1톤 가량의 냉연강판이 소요된다. 이 기준으로 냉연강판 톤당 1만원 상승시 자동차 300만대를 생산하는데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포스코 방침대로 12만원의 가격이 인상분을 반영하면 300만대를 만드는 데 3600억원의 비용 부담이 더해지는 셈이다.


대형 조선업체 등 일부를 제외하곤 기업들이 생산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고스란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해 판매율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체 원가혁신 노력 등으로 원가 상승 요인을 상쇄시키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벌써 30% 이상 냉연강판값이 올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덜 올렸다"= 대폭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예상했던 수준" 혹은 "예상에 못미쳤다"는 반응이 오히려 많다. 포스코의 원가 상승 요인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포스코의 철강 도입가격은 최근 65% 상승했고, 유연탄 가격도 200% 이상 인상되는 등 가격이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측도 이날 인상안을 발표하면서 원료 가격 상승분을 전액 철강재 가격에 전가시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제 철강재 가격과 비교해서도 포스코 제품의 가격은 여전히 낮다. 이번 인상 후에도 포스코의 철강재 가격은 열연의 경우 각국의 내수가격이나 수입재에 비해 최소 50달러에서 220달러까지, 냉연의 경우 최소 60달러 내지 230달러까지 싸다. 조선용 후판의 경우도 최소 20달러에서 130달러 이상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이나 수입 철강 제품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예상보다 적게 오른 것"이라며 "포스코측이 수요산업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상승은 계속된다?= 포스코측은 이번 인상 이후 추가 인상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불가피한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생산성 향상 등으로 감내하겠다는 것. 하지만 최근의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수입 철강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포스코 제품의 물량이 한정돼 있어 국내 수요업체들도 대부분 철강재의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포스코가 가격을 올리지 않더라도 수입 철강재의 가격 인상만으로도 원가 인상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수요업체들의 어려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며 "수요 공급 구조를 보면 당분간 철강재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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