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물가에 '움츠러드는' 경제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4.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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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생산자물가 외환위기이후 최고, 경기둔화 가시화

물가 상승세가 예상은 했지만 너무 가파르다. 3월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대비 8% 급등한데 이어 소비자 물가도 4%선을 웃돌 기세다. 물가당국인 한국은행은 하반기에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추세론 심각한 우려를 떨쳐내기 힘들다.

◇경제 주름살 깊어진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0% 껑충 뛰었다. 상승률은 98년 11월 이후 최고다.



'거침없는' 물가에 '움츠러드는' 경제


석유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한 공산품이 생산자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생산자물가 산출비중이 1.48%에 달하는 경유가 전년 동월에 비해 30.2% 올랐고 1.64%의 비중을 차지하는 휘발유도 13.5% 뛰었다. 비스킷은 24.7%, 콩 13.9%, 쌀 0.8% 등이 올랐다. 물오징어는 56.4% 올라 국민들의 체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3.9% 상승한 뒤 2월 3.6%로 상승률이 다소 주춤했으나 3월들어 다시 3.9%로 껑충 뛰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4.0%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만든 소위 ‘MB물가지수’는 이 보다 더 높은 6.7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물가상승은 소비 위축을 통해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물가 급등세가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더해 우리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일각에선 경기 침체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5.1%에서 4.5%로 낮춰 잡는 등 각 경제연구소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내수를 중심으로 경기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조짐을 나타내는 가운데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월 산업생산은 10.1% 증가했으나 1월(11.3%)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고 서비스업 활동 역시 5.9% 증가로 전달에 미치지 못했다. 설비투자도 1.9% 감소하는 등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무역수지는 3월에도 6억7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넉달째 적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말 8억1000만달러 적자를 시작으로 1월 27억5000만달러, 2월 23억5000만달러 적자로 석달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금리 동결 가능성=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요구하는 금리인하 가능성은 점점 약화된다. 무엇보다 한은이 “물가안정 없이는 금리인하도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예단할 수 없지만 생산자물가의 급등은 금리결정에도 적잖은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사실상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재 금리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물가지표로만 봐도 한은이 금리를 내리는 일은 당분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지금과 같은 물가 상승세를 놓고 무턱대고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월 광의통화(M2·현금과 2년 미만 금융상품 위주)가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13.4%(전년동월대비) 증가하는 등 시중유동성도 넘쳐나고 있는 상태다.

다만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5월부터 성장론에 무게를 두는 인사들이 새로 금통위에 입성한다는 점에서 연내 한 두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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