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말말말.."배신의 칼, 너무 아프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4.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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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만루홈런으로 역전.."

정치는 말의 성찬이다. 말 한마디가 날 선 칼이 돼 상대를 찌르기도 하고 끈끈한 아교풀이 돼 동지를 껴안기도 한다.

정치인의 운명이 결정되는 선거판에선 더 하다. 세치 혀에 판세가 요동친다.

◇공천전쟁-박재승의 '칼날'



민주당은 금고형 이상 형이 확정된 사람을 공천 심사에서 배제했다. 항의가 빗발쳤다. 손학규 당 대표는 "99마리 양을 놔두고 1마리 양을 찾아나선 목자의 모습"(지난 3월5일 당 최고위원회의)을 요구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공천심사위원회는 "1%의 배제 대상을 구제하려고 99% 공천에 적용될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박경철 홍보간사)며 거부했다.



이후 공천 과정에서 소외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측에선 "멸문지화(滅門之禍)"(지난 3월24일 박명광 최고위원)라는 말이 나왔다. '멸문지화'란 한 집안이 다 죽임을 당하는 재앙을 뜻한다.

◇박근혜, 역시 '선거의 여인'

이번 총선 설전의 중심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있었다.
▲박근혜 전대표▲박근혜 전대표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연말 당시 이명박 당선인에게 "선택을 받기까지 굉장히 국민에게 약속을 많이 했다", "약속을 다 지켜야 할 거 같다"(지난해 12월29일)고 말했다. 당시 이 당선인은 "정치변화"라는 단어를 썼다.


올해 초 공천이 미뤄지자 박 전 대표는 "전략적으로 공천을 늦춘다든지…절대 밀실정치, 사당화해선 안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할 것이다"(지난 1월10일 측근과 만찬자리)라고 경고했다.

공천이 시작되자 박 전 대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지난 3월6일), "영남권 공천 결과를 지켜보겠다"(3월12일)며 반발했다.



'13일의 대학살'이라는 영남 공천 결과가 나오자 "공천을 '곶감 빼먹는 게임'으로 치부한다"(지난 3월13일 서청원), "박근혜 죽이기 계획의 실천으로 본다"(지난 3월14일 유기준), "등에 꽂힌 배신의 칼날이 너무 아프고 괴롭다"(지난 3월14일 김무성) 등 말이 쏟아졌다.

마지막은 박 전 대표가 장식했다. "결국 저는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지난 3월23일)

◇적과 동지 사이



탈당을 둘러싼 논쟁도 거셌다.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은 "'친(親)박연대'라고 말들을 하는데 실제로는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아 표를 얻으려는 '칭(稱)박연대'"(지난 3월24일 대구시당 선대위발대식)라고 비판했다.

이규택 친박연대 공동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은 진정한 보수정당이 아닌 '개보수'정당"(지난 3월24일 총선 출정식)이라고 맞받았다.

친박계 탈당파들은 돌아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총선 후 한나라당에 들어와 이방호와 이재오를 내쫓겠다"(이규택), "우리는 당선되면 고향으로 복귀할 연어"(홍사덕) 등.

◇13일의 혈투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발음 똑바로 하라, 필요한 것은 '견제'가 아니라 '경제'"(지난 4월1일)라고 일갈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부자라 서민의 아픔을 모를 것이란 지적에 "머리 빠진 사람만 발모제 만들어야 하나, 머리 있는 사람도 발모제 만들 수 있다"(지난 3월27일)며 '발모제론'을 폈다.

앞서 민주당에선 "울산에 있던 후보를 '현대택배'로 동작에 불러들였다"(지난 3월20일, 장상 민주당 고문)며 정 최고위원을 비난했다.

서울 은평을의 두 선수도 팽팽했다. 이재오 의원은 "9회초까지 3점을 내주고 끌려왔지만 9회말 만루상황에서 4번 타자가 홈런을 쳐 4대 3으로 역전한다"(지난 4월7일)고 했다.



문국현 후보는 "대왕 세종이 행했던 섬김의 정치를 국회에서 구현하겠다"(지난 4월8일, 국회앞 호소문 발표)며 한표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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