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악재에 면역 '혼조'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4.0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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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위축, 모노라인 등급하향 불구 '선방'

악화된 고용지표와 채권보증회사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혼조세로 마감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6.61포인트(0.13%)하락한 1만2609.42를 기록했다.
반면 S&P500지수는 1.09포인트(0.08%) 오른1370.40, 나스닥 지수는 7.68포인트(0.32%) 상승한 2370.98로 각각 마감했다.

개장전 발표된 고용지표가 전문가 예상치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3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8만명 감소, 올들어 3개월간 23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실업률은 5.1%로, 2년반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완연한 '경기침체' 모습을 반영했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에너지 관련 주식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낙폭을 줄였다. 고용지수가 '생각보다는 덜 악화됐다'는 인식과 더불어 이달말 연준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수하락을 저지했다.

장 막판,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세계 최대 보증업체 MBIA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강등했다는 소식으로 다우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나스닥과 S&P도 상승세가 축소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급락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퍼리스의 수석 시장 투자전략가 아트 호간은 "두달 전 같았으면 '재앙'이 됐을 뉴스에 시장이 잘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음주 본격적인 실적발표가 시작되면 상황이 바뀔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1분기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1분기 이익은 올초 4.7%에서 11.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금융주 조정..MBIA 악재 가세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이날 미국 최대 채권보증회사(모노라인)인 MBIA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하향했다.
피치는 MBIA가 'AAA'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규모에 34억∼38억달러가 부족하다며 채권보증부문 신용등급을 하향한다고 밝혔다.
MBIA는 이에 대해 "피치의 결정에 동의할수 없다"며 반발했지만 MBIA주가는 4.76% 하락하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JP모간이 1.5%,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1.2% 하락하는 등 금융주가 전반적으로 약세였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 씨티 역시 1.15% 물러섰다.



종목별로도 악재가 적지 않았다.
아팔루사 펀드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 델파이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델파이의 회생가능성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되면서 주가는 8.3% 급락했다.
아팔루사는 보고서에서 GM의 계열사였던 델파이가 회생에 필요한 61억달러의 대출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인수 조건들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자회사이자 최대 부품공급사인 델파이의 회생을 위해 28억달러의 자금조달에 나서는 등 인수합병을 거들고 나섰던 GM도 이 여파로 4.68% 떨어졌다.

컴퓨터 생산업체 델은 골드만삭스가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2.93% 내렸다.



◇ 에너지 강세..UBS 모자익도 상승

달러 약세로 인해 에너지 관련 주식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 낙폭을 줄였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0.58% 상승했다. 마라톤 오일도 2.1% 올랐다. 매시 에너지는 설비확장을 위해 9000만달러를 추가 지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18.2% 급등했다.

UBS는 루크만 아놀드 전 회장이 은행분리를 촉구하는 서신을 이사진에 보낸 사실이 보도되면서 주가가 3.57% 상승했다. 아놀드 전 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자산운용부문을 매각하고 투자은행과 프라이빗 뱅킹 부문을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세계 최대 비료 생산업체 모자익은 3분기 순이익이 5억2080만달러(주당 1.17달러)로 전년 대비 12배로 늘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10.5% 급등했다.

◇ '추가금리인하 기대'에 달러 약세, 상품 반등

국제유가가 미국 경기지표 악화와 이로 인한 달러가치 하락으로 상승했다.
반면 금을 비롯한 상품가격은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2.40달러(2.3%) 오른 106.23달러를 기록했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3.6달러 오른 913.2달러를 기록하는 등 달러 약세로 인해 상품선물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표 악화로 이달말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금주초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1.5735달러로 전날의 1.5663달러에 비해 0.72센트(0.4%)상승(달러가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101.52엔으로 전날의 102.38엔 대비 하락(엔화가치 상승)했다.

◇ '고용 위축' 파괴력 약화

개장전 발표된 고용지표가 전문가 예상치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수급락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시장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이 전월대비 8만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예상치(5만명 감소)를 훨씬 웃도는 것이자 2003년3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지난 1,2월에도 각각 7만6000명 감소하는 등 3개월 연속 뒷걸음질 쳤다. 이로써 올들어 사라진 일자리만 총 23만2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고용을 1만8000명 늘리고, 의료 보건과 레저 산업이 각각 4만2000, 1만8000개 증가해 그나마 부족한 일자리를 늘렸다. 정부고용이 없었더라면 일자리수 감소폭은 10만개를 넘어섰을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대비 0.3%, 5센트 오른 17.86달러를 기록, 예상치에 부합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동기 대비 3.6% 오르는데 그쳐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임금상승이 억제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반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3.8시간으로 6분이 늘었다.



실업률도 5.1%로 지난달 4.8%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5.0%를 상회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지난 2005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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