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뒷모습이 아름답고 싶다"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08.04.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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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자오찬서 내명, 이순, 녹명 등 한자어로 소회 피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대통령 최측근으로 불린다. 때문에 그의 방통위원장 임명은 말그대로 정치적 쟁점이었다.

방통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방송뿐 아니라 통신분야의 인허가권까지 쥐고 있는 막강한 행정기관이다. 집권야당의 권력중심일 수밖에 없는 방통위를 향한 야당의 비수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난생처음 치뤄본 '청문회'는 그로서 70평생 가장 혹독한(?) 고초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는 우여곡절끝에 방통위 사령탑 자리에 무사히(?) 앉았다. 1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오찬에서 임명하기까지 과정과 앞으로의 마음자세를 한자어로 표현하면서 그동안의 속내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내명(內明).
불교에서 온갖 사물의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글자 그대로는 속으로 밝아진다는 뜻으로 새긴다. 최 위원장은 내면에 축적물들이 쌓이면 스스로 밝아진다고 말했다. 보고, 생각하고, 듣는 것이 밝아지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이다.



최 위원장은 40여년간 언론사 기자와 여론조사회사 CEO를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통신 및 방송분야 비전문가라며 최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최 위원장이 고령으로 단시간내 방송통신분야 전문가 역량을 갖출 순 없다.

결국 최 위원장이 초대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명확한 판단력이다. 최 위원장은 "한없이 낮아지고, 겸손해진다는 의미의 하심(下心)이란 말이 있다"며 "낮아져야 담을 수 있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순(耳順).
생각하는 것이 원만해 어떤 일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나이 예순살을 이른다. 최 위원장은 한때 "50살을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이라고 하는데 60살을 귀가 여려진다는 '이순'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품었다고 한다.


하지만 "70 고개를 넘으니까 남의 말을 새겨서 듣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공자는 역시 공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최 위원장은 덧붙였다. 이 역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조정자로서 방통위 브레인들을 잘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녹명(鹿鳴).
사슴이 먹이를 발견하면 동료들을 부르기 위해 울음소리를 낸다는 말이다. 최 위원장은 이 말이 요즘 자신의 화두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녹명같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리를 얻는 대신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그 자리 앞에 놓인 과제들이 결코 녹록치 않다. 그로서는 성공적 임무수행을 통해 최대 방통위원장으로 자신을 선택한 결정이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님을 증명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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