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고양이 목에 방울 잘 달았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8.04.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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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효과'에 동조하며 상승 유지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반도체가 일본 엘피다에 은근히 동조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1일 전일 대비 1만3000원(2.09%) 오른 63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7월 25일 64만8000원(종가 기준)에 이어 8개월여만에 장중 64만원 고지를 다시 밟았지만 장후반 밀렸다. 지난달 17일 이후 10거래일 동안 하락한 날은 이틀에 그쳤다.



하이닉스는 50원(0.18%) 오른 2만7900원을 기록했다. 5개월반만에 2만8000원대에 오를 듯 했지만 막판 매수세 유입이 주춤거렸다.

D램 세계 3위 업체인 엘피다는 전날 "4월중 D램 고정가격을 20% 인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담합 우려도 있고, 수급을 고려할 때 그처럼 급격히 고정거래값을 인상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모처럼 온 기회를 놓치기 싫었을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조심스레 엘피다에 다가섰다. 삼성전자 주우식 IR팀장(부사장)은 1일 "D램 가격을 소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 정도 수준(20%) 좀 무리이고, 기본적으로 시장에 순응해야 한다"는 '방어막'을 치긴 했다. 하이닉스 측도 "이달 정기 협상 때 가격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동조했다.

반도체 메모리 시장, 특히 D램 시장은 지난해부터 '수요자 전성시대'를 형성하고 있다. 공급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투자 및 생산확대에 나선 결과 주요 수요업체들이 '헤게모니'를 쥔 채 시장과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구도다. D램업체들은 수요업체에 짓눌리고, 투자 및 생산량 조절을 놓고 D램업체간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엘피다가 과감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며 나선 것은 가물에 단비처럼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긍정론'을 펼쳤다. '일회성 이벤트'일 수도 있지만 D램값 상승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김현중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엘피다의 가격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다른 D램업체들이 가격을 올릴지는 다소 부정적"이라며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심리를 크게 개선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시장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큰 폭의 고정가격 상승은 아직 이르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1/4분기에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실적이 어떻게 나올 지 지켜봐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심리에 긍정 영향을 주겠지만 계절적 비수기에 3위 업체가 가격인상할 경우 시장의 전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엘피다의 결정은 D램 가격이 바닥이라는 강한 반증으로 여겨진다"고 기대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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