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한국인 위암에 관여 '첫 규명'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8.03.31 10:50
글자크기
한국인을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과 위암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표됐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장상피화생을 일으키고, 이것이 위암의 발생률을 높이고 있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란 만성위염과 소화성궤양의 주요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장상피화생은 정상적인 위점막세포가 염증으로 소실된 후 대장이나 소장 점막세포인 장세포로 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31일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병원을 내원한 1790명의 환자들을 평균 9.4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위암이 발생한 5명의 환자들이 모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에 감염돼 있었다. 5명 중 4명은 장상피화생 소견을 보였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군과 비감염군에서 장상피화생 유무를 비교한 결과, 감염군은 30대에서 21.1%, 70세 이상에서는 50%의 장상피화생 양성율을 보였다. 비감염군이 40대에서는 9.7%, 70세 이상에서는 30%의 양성율을 보인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장상피화생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를 분석하기 위해 포괄적으로 연구한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가장 큰 위험인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장상피화생의 존재유무는 위암발생률과 관계가 있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92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장상피화생 유무에 따른 위암발생률을 8.6년간 조사한 결과, 장상피화생이 없는 군(10만명 당 17.2명)보다 있는 군(10만명 당 187.4명)에서 위암발생률이10.9배 높게 나타났다.

결국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장상피화생을 일으키고, 장상피화생이 위암의 발생률을 높이는 상관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에 의해 장상피화생 소견이 발생하면 이후 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환자일 경우 제균치료를 받아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2006년 5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보건복지가족부 미래보건기술개발사업중개연구에 의해 수행된 것이다. 미국 소화기 학회지인 임상소화기저널(Clinical Journal of Gastroenterology) 5ㆍ6월호와 헬리코박터지(Helicobacter)에 발표 예정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