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동원 신불자 대책 논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3.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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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잇따라 문제제기

정부가 국민의 최소 노후생활 보장이 목적인 국민연금기금을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에 사용키로 한 것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는 27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연금을 담보로 한 신용회복 대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대회의는 "이번 대책은 급여를 받을 권리를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민연금법에 배치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신불자 구제에 대한 정부 책임을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법 58조는 "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국민연금법 46조의 "가입자 복지증진과 기금증식에 한해 대여사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신불자 대책을 구상했다. 대책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의 성격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지만 청와대가 관철시켰다는 전언이다.

연대회의는 "신불자 채무변제사업은 상환이 어렵다는 점에서 가입자의 복지 증진에도, 기금증식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본적 법률검토도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연대회의는 또 "국민연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가입자가 상환에 실패할 경우, 신불자로 남는 것은 물론이고 노후에 국민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게 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더욱 확산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국가복지소사이어티도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은 아무 때나 필요할 때 돈을 빼다 쓰는 일반저축통장이 아님에도 정부가 잘못된 행정으로 국민에게 오도된 인식을 심어준다면, 장차 국민연금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언론도 사설 등을 통해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적립금인 국민연금의 근본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신불자 대책을 철회할 것을 잇따라 요구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추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번 단 한번만 한시적으로 대부를 허용하는 정책이며 국민연금 운용수익과 대부금리차 부분은 전액 보전돼 다른 국민들에게는 손실을 끼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권해석을 거쳐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고서 대책을 수립했다"면서 "평균 대부금도 200만원 정도여서 우려하는 것처럼 상환율이 낮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5일 신용불량자 29만명에게 자신들이 낸 국민연금 납부액의 50%까지 대부해줘 금융기관 채무를 상환토록 하는 내용의 '뉴 스타트 2008' 프로젝트를 발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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