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신용경색 재부상 "끝이 아니다"

유일한 기자, 김유림 기자 2008.03.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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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라인 등급 대폭 강등..경기지표 줄줄이 악화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에 대한 큰 폭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신용경색 불안감이 다시 금융시장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주택경기 지표가 연이어 악화된 가운데 소비, 생산(투자) 지표까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며 심각한 경기침체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금융위기를 완화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한 JP모간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 작업 역시 의회의 반발에 부딪히며 험난한 앞날을 예고했다.



◇FGIC, 투기 전전단계로 하향, 신용경색 공포 부상
미국 채권보증업체(모노라인) FGIC의 투자 등급이 정크 본드 보다 불과 두 단계 높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치는 26일(현지시간) 현재 'AA'인 FGIC의 투자 등급을 여섯 단계 더 낮은 'BBB'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BBB' 등급에서 두 단계 더 낮아지면 정크 본드 등급이다. 피치는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FGIC가 외부로부터 자금을 수혈하고 동시에 구조화 부채담보부증권(SF CDO)의 위험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찾을 때까지 등급이 안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피치는 특히 재보험이나 다른 위험 완화 방안을 통해 CDO의 하락 위험을 통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지난 1월에도 FGIC의 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바 있다.

올들어 모노라인이 보증을 선 모기지증권 가격이 급락하자 신용평가사들은 모노라인에 대한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월 내내 금융시장은 1, 2위 모노라인인 MBIA와 암박의 등급 하향 불안감에 떨었다. 그러다 3월초 암박이 외부로부터 자금조달에 성공하고 최고등급(AAA)을 유지하면서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런데 돌연 4위 업체인 FGIC의 등급 강등이 나왔다. 이는 1, 2위 업체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모노라인 등급이 떨어지면 모기지증권 가격은 더 떨어지고 이는 모기지증권을 대거 들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손실로 이어진다.



◇역사적인 주택 가격 하락
미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주택 소비 생산 등 핵심 지표들이 모두 예상보다 악화됐거나 기록적인 하강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미국 경기침체를 증명하면서 동시에 전세계 경기불안감을 고조시켰다.

미국의 2월 신규주택판매는 대출 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13년래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2월 신규주택판매가 전월대비 1.8% 감소한 연율기준 59만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5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다만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7만8000채는 상회했다.



신규 주택 판매는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건설업체들의 신규주택 건설은 크게 줄어들었고, 이는 다른 경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하루전 발표된 지난 1월 20개 대도시 지역의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S&P/케이스쉴러 주택 가격지수'는 전년보다 10.7% 하락했다. 전달 9% 떨어진 것을 비롯해 13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사상최악의 침체다.
주택 압류율 증가에 따른 매물 급증, 대출 기준 강화 등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먼브러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미셸 메이어는 "주택 재고가 많이 쌓이는 한 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주택 담보 압류율 증가도 재고늘 늘려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투자, 소비도 침체
미국의 2월 내구재 주문이 예상치 못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2월 내구재 주문이 1.7%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통장비 주문을 제외할 경우 내구재 주문은 2.6% 감소하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당초 2월 내구재 주문이 0.7%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기계류 수주가 급감하며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가 침체로 향해 감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꺼리고 있음을 반영했다.
전문가들은 25년래 최악의 주택 경기 침체 및 고유가 등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영향을 받으면서 기업들이 장비류에 대한 주문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코노미스트인 살 구아티에리는 "내구재 주문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전에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완만한 침체에 빠지면서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표도 실망스러웠다. 전날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76.4에서 64.5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인 5년래 최저 수준이며,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73.5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향후 6개월 후 경제 전망에 대한 기대 심리를 반영하는 소비자 기대지수는 47.9로 추락하며 1973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당시에는 워터게이트 사건과 함께 오일 쇼크가 터져나와 소비자들의 불안이 크게 가중될 때였다.



리먼브러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단 해리스는 "소비자들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여기고 있으며, 소비 지출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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