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언제까지 '성룡' 부러워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8.03.26 12:51
글자크기

[CEO꿈땀]심형래 영구아트 대표..코미디로 할리우드 공략

↑사진=홍봉진 기자↑사진=홍봉진 기자


'그저 심형래 감독님의 신념 하나 믿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영화 불모지인 한국 시장에서 저는 한줄기 희망을 발견했거든요. 지금이 시작입니다. 우리의 영화가 세계에 눈을 뜨는 그 시간이.'

지난해 7월 영화 '디워'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넷 게시판에 어느 영구아트 직원이 올렸던 글 가운데 일부다.



그 직원의 말마따나 심형래(50) 영구아트 대표의 희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 세계 진출 '진행 중'



지난해 여름, 디워는 84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국내영화 흥행성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야심차게 미국 시장을 두드리며 230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이 같은 성과와 콘텐츠 산업의 해외 진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연말 제3회 '한국CEO그랑프리' 시상식에서 '문화CEO'상을 받는 등 각계에서 격려도 쏟아졌다.

하지만, 미국시장 극장 개봉에서 기대에 다소 못미치는 1000만달러 조금 넘는 흥행수입을 거두는 데 머물렀다. 다소 성급한 실망 혹은 비난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그래도 심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원래 미국 시장은 DVD·비디오와 케이블TV 등 2차 판권 시장이 영화 시장의 5배 이상 규모에 달합니다."

그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부지런히 2차 판권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덕분에 디워는 최근까지 미국 시장에서 DVD·비디오 시장에서 40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이와 함께 케이블TV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개봉 및 시장진출을 진행하고 있지요."


이 대목에서 심 대표는 그동안 세간의 비난으로 문드러졌던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비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동안 제가 영화에 재능이 없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요, 전 그저 온 가족이 편하게 즐길 오락영화를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자체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개발, 이를 통해 문화콘텐츠의 해외시장 진출 시스템을 마련해 후배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 영구, 미국에 가다(?)



그는 차기작으로 괴수 등 SF장르가 아닌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 제목은 '라스트 갓 파더'. 최근엔 이 영화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수출보험공사와 '문화수출보험' 투자 보증 협약을 맺기도 했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말론 브란도의 숨겨진 아들이 영구였다는 가정으로 시작해, 영구가 미국으로 건너가 겪는 황당한 일들을 주된 내용으로 담을 예정입니다."

물론 영화 대부에 나왔던 말론 브란도를 특수효과로 완벽하게 복원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한 내용 전달에 대한 우려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연히 그 부분을 고민했습니다. 소니 등 메이저 영화사와도 협의도 했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도 해봤습니다. 영·미쪽에선 슬랩스틱 코미디(표정이나 몸동작이 과장된 희극장르)가 잘 먹힙니다. 전 제가 자신있는 슬랩스틱으로 승부를 볼 겁니다."

그는 오히려 "세계 시장을 여는 데 정해진 '룰'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항상 '안되면 어떻게 할 건데'라고 생각하면 절대 답이 안 나옵니다. 역사는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새로 만들지 않으면 역사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미스터 빈'보다 미국사람들을 더 웃기면 되는 겁니다. 성룡이 할리우드 진출하는 것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한번 기획해서 도전해봐야 합니다."



# 긍정적 태도

심 대표는 어떤 환경에서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같은 여건에서도 생각에 따라 결과는 극과 극의 차이가 납니다. 돈 많은 메이저라도 망할 가능성은 똑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자금이나 시스템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하지만, 초기에 '헝그리 정신'으로 노력하고 고생하지 않으면 좋은 환경은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디워 제작 당시 에피소드 한 가지를 들려줬다. "미국의 어느 부자 동네에서 주인공들이 이무기 '부라퀴'에게 쫓기는 장면을 찍을 때입니다. 현장이 시끄럽다보니, 한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나와 항의를 하더군요. 전 미안하다고 하면서, 손자에게 현장음이 나오는 헤드폰을 씌워줬습니다. 아이가 신기해하며 정말 좋아했죠. 그러자 그 할아버지가 앞장서서 동네주민들을 설득해줬습니다."



그는 차기작 말고도 우리나라의 5,60년전을 배경으로 경제발전상을 그린 애니메이션 '추어의 붕어빵'(가제)도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매일 매일 분초를 쪼개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바빠서 힘들겠다"는 어리석은(?) 위로를 건넸다.

돌아온 그의 대답은 이랬다. "죽은 사람은 문제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새로운 걸 안하면 뭐할 겁니까? 목적이 정당하고 뚜렷하다면 항상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아 시도해야 합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