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휴대폰 1주일 남았어요"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08.03.20 11:01
글자크기

[르포]27일 금지법 폐지..'마지막 바겐세일, 놓치지 마세요?'

"보조금 폐지 일주일 남았어요. 지금 안하면 후회합니다"

19일 오후 서울 광장동 테크노마트 전자상가. 상가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휴대폰 판매점마다 '공짜폰' 안내판을 내걸고 호객행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매대에 진열된 휴대폰에 눈길을 꽂을라치면, 곧바로 다가와 "지금 안사면 후회합니다"며 발길을 낚아챈다.

전자상가가 밀집해있는 용산도 마찬가지. 대리점마다 '공짜..공짜'를 강조하는 안내판이 눈을 어지럽히고 있다. 한동안 뜸했던 '보조금 경쟁'이 되살아난 것일까. 진짜로 '공짜폰'을 주는 것일까. 궁금증을 견디다 못해 매장으로 발을 쑥 들여놓자, 점원의 친절한 설명은 이랬다.



"27일부터 휴대폰 보조금이 없어집니다. 기왕 휴대폰 사시려면 지금 사세요. 지금이 훨씬 쌉니다. 27일부터 휴대폰 사려면 40~50만원은 더 줘야 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돼 있는 휴대폰 보조금 금지법이 오는 26일자로 폐지된다. 입법당시부터 일몰법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이 법은 26일자로 자동 소멸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달 27일부터 불법보조금에 대한 정부의 단속은 사라진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휴대폰 유통상가에선 '보조금 금지법 폐지'가 아닌 '보조금 폐지'라고 홍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수능 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닌데 점포마다 'D-7'이라고 붙여놓았을 정도다. 실제로 보조금 규제에 대한 고삐가 풀리는 것인데, 현재 시행되는 보조금이 사라지는 것처럼 말해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19일 용산 등 전자상가 밀집지역의 휴대폰 상점들이 '공짜' 광고판을 내걸며 성업중이다.  ▲19일 용산 등 전자상가 밀집지역의 휴대폰 상점들이 '공짜' 광고판을 내걸며 성업중이다.


"공짜폰, 공짜폰!" "이제 40~50만원은 올라요"

테크노마트 6층으로 올라갔다. 한 휴대폰 대리점 판매원은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보조금 규제가 폐지되면 휴대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고래고래 목청을 높였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 가격이 바닥이다"며 "보조금 폐지되는 순간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1주일전부터 가격이 서서히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이 휴대폰 구입 적기라는 얘기다.

그는 "최근 보조금 정책에 대해 문의가 많다"며 "사용하지 않은 보조금이 1주일 후 없어진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강조하며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용산 전자상가에 밀집해있는 휴대폰 판매점도 저마다 '공짜'를 강조하는 광고판이 붙어있고 정책 변경을 이유로 구매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보조금 일몰 폐지'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다른 매장 관계자는 "사실 통신사들이 보조금 정책을 어떻게 취할지 알 수 없다"면서 "1주일 후에 어떻게 되든 지금은 지금대로 팔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현재도 편법적으로 통신사에서 보조금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데, 규제가 폐지된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휴대폰 하나 사려고 이곳저곳 다리품을 팔고 다니다보니, 혼란스럽기만 했다. 어디서는 휴대폰 보조금이 없어진다고 하고 다른 곳에선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다른 판매점들은 보조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테크노마트에서 만난 김 모씨는 "신문 기사를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보조금이 업계 자율로 맡겨져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막상 대리점에선 보조금 혜택이 없어지고 더 오를 것이라고 한다"며 "휴대폰을 언제 사야 할 지 종잡을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같은 기종의 휴대폰인데도 사는 날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게 말이 되느냐"며 일관성없는 휴대폰 보조금에 불만을 토해냈다.

최근 이통사들의 치열한 가입자 경쟁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요즘은 졸업과 입학이 몰려있어 연중 가입자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거기에 휴대폰 보조금 규제 일몰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통신사들의 가입자 뺏기 경쟁은 혈전수준이다. 어떤 대리점은 40만원대 휴대폰을 '공짜'로 판매할 정도다.

혼탁해진 시장을 단속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행정공백 상태다. 행정공백이 2개월이 넘어가면서 이통시장은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1명의 고객이라도 더 낚아채기 위해 온갖 호객행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 통신사 관계자는 "규제정책이 바뀔 때마다 시장은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면서 "그러나 그 방향이 어디일지 예상하기 무척 어렵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분명한 것은 보조금 규제가 풀리면 상품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상품이 다양해지면 고객의 선택권도 그만큼 넓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