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디스의 미소가 아름답지 않을 때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8.03.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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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경영]고객은 사소한 것에 분노하고 기뻐한다

다음은 인제대 백수경 교수가 어느 신문에서 기고한 내용 중 일부이다.
 
`나는 매주 목요일마다 아침 첫 비행기로 부산엘 간다. 그래서 늘 인터넷으로 표 예매와 좌석 배정까지 끝내 놓는다. 그런데 어느 날 공항에 갔더니 좌석 배정이 되어 있지 않다며 뒤쪽 가운데 낀 자리를 주는 것이 아닌가?

영문을 모르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자초지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날이 공휴일인데다 철도 파업으로 승객이 몰리자 항공사 측에서 앞 쪽에 비즈니스 석이 있는 큰 비행기로 바꾼 것이고 덕분에 맨 앞줄 복도 쪽으로 잡아 놓았던 내 좌석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분들이 어찌나 덩치가 크던지 나는 둘 사이에 끼어 신문도 못 본채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짜증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데 뒤쪽 끼인 좌석이면 어떠냐고 말한다면 당신의 고객 마인드는 빵점이다. 고객은 사소한 일에 더 불만이 커진다. 단골 고객일수록 더욱 그러하다.…(중략)

사소한 것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려면 고객의 눈높이에서 세심하게 살펴보는 사랑과 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도 그렇다. 충성 고객일수록, 친밀한 사이일수록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작은 일로 승부해야 성공한다.'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과 감정을 아주 솔직하게 잘 드러낸 글이란 생각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극히 사소한 것에 불편해한다. 그리고 그런 것을 잘 감지해 행동으로 옮겨주면 감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는 것이 인간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한 번은 집사람과 함께 시카고에서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탔다. 수속을 하는데 담당자가 창가 쪽을 원하는지, 복도 쪽을 원하는지 아무런 질문이 없다. 그렇다고 따지기도 그래서 그냥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3인용 자리 창가 쪽에 베트남 남자가 한 명 앉아 있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낀 이런 상태로 12시간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보니 뒤쪽에 빈자리가 많이 있는 것이다.

스튜어디스에게 빈 자리가 있으면 옮기고 싶다고 했더니 아직 잘 모르니 이륙 후에 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고 나는 초조해졌다. 드디어 비행기는 이륙했고 나는 간신히 빈자리가 있는 앞자리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울화가 치밀었다. 한 시간 영화를 보는데도 앞자리가 좋으냐, 뒷자리가 좋으냐, 중간 자리인데 괜찮겠느냐 물어보는데 100만원이 넘는 돈을 내고 12시간 이상을 가는 비행기에서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자리를 배정할 수 있느냐 말이다.

빈 좌석이 많으면 미리미리 사람들을 띄어서 앉게 하면 얼마나 좋은가? 컴퓨터는 두었다 뭐하느냐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친절하게 웃는 스튜어디스의 웃음도 전혀 반갑지 않았다. '바보같이 좌석 하나 제대로 배치 못하는 주제에 웃긴 왜 웃느냐'는 억하심정이 생겼다.
 
사람들은 큰 것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소한 좌석배정 하나에 분노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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