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50개' 발언에 청와대는 물론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가 동시에 홍역을 앓았다.
이 대통령은 17일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생활필수품 50개의 물량수급을 정부가 직접 관리해 서민물가를 안정시켜라"고 지시했다.
재정부의 물가안정 관련 부서는 대통령이 그 정도로 '세게' 언급한 것을 보면 청와대나 지경부에서 사전 보고가 된 사안으로 파악하고 전화를 돌렸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도 궁금하다" 였다.
이런 혼선 끝에 내려진 결론은 이 대통령이 50개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아니고 물가를 잡으려면 생필품 50개는 정부에서 직접 컨트롤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재정부 담당자는 "나름대로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50개를 특정할 수 없었다. 앞으로 물가 안정에 더욱 힘쓰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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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관계자도 "50개는 물가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숫자로 여겨진다"면서 "그럼에도 50개를 챙기라는 지시가 있던 만큼 다른 부처와 협의해서 추려보는 작업은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당장 재정부는 서민물가와 가장 근접한 통계 지표인 생활물가지수 조사 품목 중에서 서민물가와 밀접한 50개 품목 안팎을 골라서 집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생활물가지수 조사는 생필품 중에서 쌀·배추·라면 등 소득과 관계없이 구입하는 품목 88가지, 과일·세제 등 분기마다 한 번 이상 구입하는 품목 50가지, 기성복·운동화·학비 등 가격 변동에 민감한 16개 품목 등 총 154개를 대상으로 한다.
그럼에도 재정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물가를 단박에 제어할 묘안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실무자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물가를 통제하는 방식은 90년대 중반 이후로 사라졌다"면서 "고유가와 고환율 등 외부 악재도 수두룩해 잠이 제대로 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