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중에 친구의 근황에 대하여 듣게 되었는데, 친구는 고향에서 크게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부모님의 재산까지 모두 동원하여 빚을 갚아야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거의 다 갚았지만, 아직 신용불량 상태여서 자기 명의로 다른 사업을 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 후 저는 명의대여 사실을 잊고 지냈는데, 최근에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받아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소장의 내용은 제가 수개월 동안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니 물품대금 약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내용을 알아본 결과, 친구가 제 명의로 운영하던 식당이 영업이 어려워 물품대금을 수개월 동안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친구가 운영하다 진 채무인데 저에게도 책임이 있는가요.
이 규정은 상법의 기본원칙인 외관주의와 관련된 문제로서, 외관주의란 거래에 있어서 어떤 진실과 외관(겉으로 드러난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거래안전과 신속을 위하여 외관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는 제도입니다. 즉, 진실하지 않은 명의에 의한 영업이 행하여지고 이러한 명의에 대해 그 명의자가 사용허락 등을 통해 스스로 책임을 부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명의자는 이를 신뢰한 제3자인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질문자는 친구와 연대하여 물품대금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위 규정에 의한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것에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명의대여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만약 질문자에게 소를 제기한 원고가 실질적으로 친구가 식당을 경영하고 있고 질문자는 다만 명의만을 대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거나 약간의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을 상황이었다면 질문자는 물품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다만, 실제소송에서 원고의 악의 또는 중과실은 질문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명의대여는 재산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친구를 원수로 만들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