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편대 안방 공략..넘어야 할 산 '첩첩'

머니투데이 이정흔 기자 2008.03.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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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IPTV '하나TV'질주·'메가TV'추적·'My LGTV'가세

평일에는 TV 한 번 마음 놓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스케줄로 하루를 보내는 나바빠 씨. 요즘 최고의 인기 프로라는 <무한도전>이니 <해피선데이>이니 하는 오락 프로그램들도 그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곤 했다. 누군가 TV 얘기만 꺼내도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

3각 편대 안방 공략..넘어야 할 산 '첩첩'


그런 그가 최근에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며 "어제 강호동이 어땠고 유재석이 어떤 말을 했는데 웃겨서 뒤집어 졌다는"둥 오락 프로그램에 관한 얘기에 스스럼없이 어울리곤 한다. 얼마 전 IPTV를 설치한 이후 주말이면 원하는 TV프로그램을 마음대로 다운 받아 보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시청한다."

IPTV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IPTV란 전파나 케이블 선을 이용해 방송을 수신하는 지상파, 케이블 TV와 달리 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데 인터넷 망을 기반으로 하는 TV서비스를 일컫는 말. 인터넷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양방향 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해 방송-통신융합시대를 이끌어가는 뉴 미디어로 각광을 받고 있다.



◆1년여 만에 가입자 130만명 넘어

실제로 IPTV는 도입 1년 남짓 만에 13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IPTV의 시작은 2006년 말 출범한 하나로텔레콤 (4,015원 ▼100 -2.4%)의 '하나TV'. 셋톱박스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미리 저장해 놓는 '다운로드 앤 플레이' 방식을 도입하며 VOD(주문자형 비디오 서비스)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성공한 하나TV는 현재 85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IPTV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관계자는 "IPTV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시청자들에게 안정적인 화면을 전송하는 일"이었다며 "인터넷 연결이 끊기면 TV시청 화면까지 끊기는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미리 콘텐츠를 저장해 놓은 뒤 영상을 실현하는 '다운로드 앤 플레이' 방식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며 하나TV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하나TV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IPTV 시장에 탄력을 더하고 있는 것은 KT (41,800원 ▲100 +0.24%)의 '메가 TV'다. 2007년 7월 론칭한 '메가 TV'는 KT의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 IPTV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월5일 '메가 TV' 출범 6개월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며 IPTV 선두주자인 '하나 TV'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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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에는 LG데이콤 (0원 %) 역시 'MyLGTV'를 선보이며 IPTV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로써 하나로텔레콤, KT, LG데이콤이라는 거대 통신사업자들을 주축으로 한 IPTV 3강구도가 구축된 셈"이라며 "이들이 IPTV가입자 확보를 위해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같은 급속한 성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상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IPTV 가입자들의 빠른 증가에는 '하나포스+하나TV', '메가패스+메가 TV' 등 결합 상품을 이용해 무료, 혹은 저가로 가입자를 모집한 결과가 크게 작용했다"며 "현재 IPTV뿐 아니라 위성TV나 케이블 가입자의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IPTV의 성공 여부를 섣불리 전망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방향 서비스 IPTV의 매력

그렇다면 IPTV가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상우 연구위원은 최근 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TV 시청 습관' 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기존의 TV서비스가 방송사가 편성해주는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시청해야 했다면 IPTV에서는 시청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찾아볼 수 있는 VOD가 가능하다.

이 연구위원은 "IPTV를 통해 VOD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취향따라 스케줄 따라 프로그램을 골라보는 재미가 사람들에게 어필 한 것 같다"며 "이 같은 IPTV의 시청 형태가 자기 주도적인 현대인들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TV를 보면서 키패드로 문자를 입력하면 실시간 댓글이 전송된다거나 TV홈쇼핑과 직접 연계해 리모콘 버튼을 누르면 바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등의 양방향 서비스는 IPTV의 가장 큰 무기다.



또 채널의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지상파나 케이블과 달리 IPTV는 무제한 채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월 정액 8000원에서 1만원 정도의 요금이면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점도 많은 사람들이 IPTV를 찾고 이유. 현재 하나TV, 메가 TV 등에서 서비스 하고 있는 콘텐츠의 수는 모두 7만여개.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 최신 영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청자의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

TV화질 면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반 TV보다 더 깨끗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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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실시간 재전송 여부가 미래 좌우

하지만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마음놓고 IPTV 서비스를 선택하기에 아직은 불안요소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 IPTV 가입자들이 지불하는 월 정액요금은 보통 3년 약정을 기준으로 8000원에서 8800원 정도. 하지만 월정액만으로는 제공되는 모든 콘테츠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에 7만여편에 달하는 많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IPTV업계 측의 광고에도 불구하고 주요 콘텐츠에 대해서는 개별 요금이 따로 부과되고 있어 소비자의 불만이 적지 않다.

현재 IPTV에서 최신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한 가격대는 편당 1500원에서 3000원 정도. 아직은 체계적인 요금 과별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업체마다 콘텐츠마다 요금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한다. 때문에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정액요금을 낸 뒤에도 정작 볼만한 TV 프로그램은 별도의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검색서비스 등 완전한 의미의 IPTV를 실현하지 못하고 아직까지 VOD서비스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아직 기술적으로는 '검색 서비스'를 비롯한 완벽한 IPTV의 구현이 불가능하지만 VOD서비스를 비롯, 게임이나 채팅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기능을 통해 기본적인 양방향 서비스는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며 "드라마를 보다가 배우를 검색하는 등 보다 발전된 형태의 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어 빠르면 내년 상반기쯤이면 본격적인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재로서는 '지상파 실시간 재전송'이 불가능 하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케이블 TV와 IPTV를 동시에 가입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상파 콘텐츠가 서비스되더라도 현재는 TV방송 일주일 후에 유료로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말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사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IPTV를 통한 지상파의 실시간 재전송을 위한 법적 기반은 만들어졌다. 현재 이와 관련한 시행령 제정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다. 일단 시행령이 나와봐야 지상파의 실시간 재전송의 유ㆍ무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4월 중에 시행령 제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의 기능이 방송통신위원회로 일원화되는 과정에서 업무조정 등의 문제로 인해 시행령 반포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언제 시행령이 제정될 지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지상파의 실시간 재전송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상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상파 실시간 문제는 TV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이 때문에 가장 많은 불편을 느끼는 부분인 만큼 IPTV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며 "IPTV의 미래는 결국 시행령 제정이 확정된 후 정확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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