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안티 레이버' 정책 가시화되나

배성민.최중혁 기자 2008.03.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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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노조 농성장 강제철거 신호탄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친기업 정책)’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우려됐던 반 노동계 분위기(labor unfriendly)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 출범 후 이 같은 분위기가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은 꼬일대로 꼬인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함축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농성장 철거다.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앞에 설치된 코스콤 노조의 천막농성장은 지난 11일 오전 영등포구청에 의해 순식간에 철거됐다.



과거 대형 사업장에 경찰 등이 투입됐던 이전의 분위기와 다르게 자치단체가 철거를 주도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자치단체의 철거근거는 도로 무단 점거에 따른 미관 훼손과 주변 상인, 코스콤 등의 잦은 민원이었다. 영등포구청은 "코스콤 쪽에서 구청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항의를 많이 했고, 주변 상인들의 민원도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경찰 등이 투입되면 반발 강도가 심해지는 등 우려가 커 자치단체가 '악역'을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영등포구청장과 영등포지역의 국회의원은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다.

또다른 우려는 공기업 등에서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유가와 석탄 등 발전연료 가격 상승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는 가운데 원가는 상승해 한전이 이달까지 연간 4600억원 정도의 비용 절감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등 유틸리티 분야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기업 견제카드로 갖고 있는 감사원의 감사도 예정돼 있다. 감사원은 공공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전, 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부산항만공사, 기업은행, 주택공사 등 31개 공기업에 대해 경영실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힌 상태다.



대기업 등 사기업의 인력 감축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 5곳 중 1곳은 현재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올해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채용업체 잡코리아가 국내 및 외국계 기업 1021개사를 대상으로 인력 구조조정 계획을 조사한 결과, 22.7%(232개사)가 '올해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거나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업 형태별로 보면 공기업과 공공기관(53개사)이 35.8%, 외국계 기업(108개사)이 29.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노사정책을 주관하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도 "노동운동도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실용 운동을 해야 한다. 노동계도 경제살리기에 동참해야 한다"며 연일 노동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한나라당의 노동계 우군인 한국노총의 반발마저 자초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도 지나지 않아 용역직원을 동원, 코스콤 농성장에 대해 폭력적인 철거를 감행한 것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노동탄압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대통령이 외쳐댔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모습은 결국 공권력에 의한 노동탄압과 폭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임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또다시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강요한다면 결코 좌시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동전문가들은 "4월 총선 이후 새 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부터 춘투가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정간 대립은 경제안정에도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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