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펀드에 대한 단상

이상진 신영투자신탁 부사장 2008.03.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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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자재 펀드가 각광을 받고 있다. 원유를 비롯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파동으로 번질 조짐이라 지금 가입해도 막차가 아니라는 인식이 투자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금이 상투라는 주장과 이제 시작이라는 주장이 팽팽하다. 이럴 때는 이 방면의 최고 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짐 로저스의 얘기를 일단 들어 보자.

필자는 3년 전 포천 지에 실린 짐 로저스의 인터뷰를 번역한 적이 있다. 주식과 상품의 장기 추세에 대한 그의 논리가 탁월하다는 판단이 들어 펀드 매니저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읽어 봐도 그이 혜안은 여전히 놀랍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달러화의 폭락과 유가 100달러 시대를 예고 했다. 사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투자업계에서는 독특한 분석과 투자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70년대 남들이 정통적인 주식투자에 몰두할 때 그는 말레이시아의 고무농장이나 후추공장 주식을 사라고 외쳤던 사람이다. 당시 S&P 500지수가 10년 간 47% 오를 때 그는 4200% 수익을 내 월가의 신동으로 떠올랐다.

80년대 초 조지 소로스와 결별한 이래 오토바이를 타고 전 세계를 일주하면서 쓴 "Investment Biker"라는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덕분에 그는 투자 업계의 '인디아나 존스'라는 별명을 얻는다. 단기투자 성적은 형편없다고 말하는 그는 기본적으로 "초 장기" 투자자다. 예일대에서 역사를 전공한(졸업 후 옥스포드에서 철학과 경제를 전공했다) 덕에 그는 매사를 오랜 역사적인 흐름과 연결해 관찰한다. 그가 당시 주장한 이론의 핵심은 주식과 상품 시장이 18년 사이클로 서로 교차한다는 것이다.



그는 1998년을 상품 시장의 대세 상승 원년으로 잡고 있다. 이 해에 짐 로저스 상품지수가 탄생한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98년에 시작된 상품 시장의 대세 상승은 2015년까지 지속된다. 그의 논리의 배후에는 1980년을 정점으로 1998년까지 지속된 상품 시장의 오랜 침체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유가가 배럴 당 15달러 이하로 까지 폭락했고 기타 원자재 가격 역시 밑 바닥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중국과 인도 경제의 엄청난 성장성을 간파했다. 또한 여타 이머징 경제의 고성장이 결국 막대한 원자재 수요를 유발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다.

반면 원자재 공급 확대는 거의 올 스톱인 상태였다. 80년대 중반 이후 원유개발은 개점 휴업 상태였고 주요 원자재 개발도 관심권 밖이었다. 지난 25년 간 납 광산은 단 한 곳도 개발된 적이 없으며 2004년까지도 아연이나 닉켈 광산 개발에는 단 한 푼도 투자되지 않았다. 또 농산물 가격도 형편없이 폭락해 휴경지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따라서 유가나 원자재 심지어 곡물류 가격까지도 시간의 문제지 상승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란 것이 당시 짐 로저스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그가 원자재 가격 장기 대세 상승론에서 주장한 유가나 원자재 가격은 어느 수준일까? 여러 가지로 유추해 보면 2005년 초 가격 대비 대충 3-4배 정도를 예상했었던 것 같다. 그가 예상한 최고점 도달 시점인 2015년에 반에 못 미친 시점에서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서 버린 유가나 원자재 가격에 대해 짐 로저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역시 사람인지라 예상이 틀릴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수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그는 인터뷰에서 현 수준에서 더 상승할 수 있다고(구체적인 숫자는 제시하지 않았다) 주장하면서 2015년까지 장기대세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그의 원자재 가격 장기 상승론과는 별도로 지난 150년의 곡물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추이를 보면 어떤 면에서는 너무 싸게 사용해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국제 밀가루 가격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보면 100년 사이 10배 정도 상승했고 우리의 주식인 쌀도 지난 40년 사이에 액면가 기준으로 60배 상승했으나 물가를 고려하면 오히려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너무 단기간에 급등해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 외에는 원자재와 곡물류 가격의 상승은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원자재 가격 폭등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원자재 가격 파동도 상승한 가격을 인수분해 해보면 1/3은 수급의 불균형, 1/3은 달러화의 약세, 또 나머지 1/3은 투기적 자금의 유입이 기여를 한 것으로 간단하게 결론 내릴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세가지 변수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원자재 가격의 향방을 짐작하기 힘들다. 아무튼 가격이 서 너 배 오른 다음 출시되는 원자재 펀드들---일단 한 숨을 돌리고 가입 여부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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