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약달러 가속화 주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8.03.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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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으로 약달러 추세 개도국 확산… 무차별 약세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이외에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달러 약세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 등 이머징 국가 중앙은행들이 과도한 물가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달러 대비 자국 화폐의 평가 절상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가속된다고 분석했다.

이들 이머징 국가들은 그동안 수출 경쟁력 상실을 우려해 자국 통화의 과도한 평가 절상을 막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환율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위안화는 올들어 달러에 대해 3% 강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위안화 평가 절상 속도에 비해 2배 정도 빠른 속도다.

지난 7일에는 베트남도 물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자 미국 달러에 대한 동화의 보다 빠른 절상을 허용하기 위해 변동폭을 기존 ±0.75%에서 ±2%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각국 정부가 자국 통화의 달러 대비 평가 절상을 용인하기 시작하자 약달러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달러/유로 환율이 1.50달러를 넘어서면서 달러 가치가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위안화 등 이머징국가 통화에 대해서도 연일 사상 최저를 경신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는 우선 지난 2002년부터 유로화나 캐나다 달러 등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러 약세는 최근 아시아, 중동 국가 등 지역과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가 자국 통화의 달러 대비 평가절상을 유도를 통해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 상승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판 잉그베스 스웨덴 중앙은행 총재는 "저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유지되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자국 통화 평가절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위협을 낮추는 것이 우선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도국들은 그동안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꺼려왔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경제 성장세를 지속하자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들 국가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는 개도국 국가의 평가설장 압력을 증대시켰다.

이에 따라 개도국 정부의 평가절상 방지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또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도 결국 개도국들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로렌스 굿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외환 투자전략가는 "이머징 국가들이 점점 더 큰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1년전까지만 하더라도 24개 주요 이머징국가들 가운데 4분의 3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했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목표치를 달성한 비율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자 위안화 평가절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1년래 최고인 7.1%를 기록했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위안화 강세가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히며 이를 뒷받침했다.

베트남도 지난 2월 CPI 상승률이 15.7%를 기록하며 1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결국 정부 차원에서 환율 변동폭 확대 조치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버딘 자산운용의 이머징 시장 채권 전문가인 에드윈 구티에레즈는 "아시아 지역 통화들은 달러에 대해 지속적은 강세를 나타낼 전망이어서 대부분 투자하기 좋은 통화"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분기동안 위안화 강세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으며 말레이시아 링기트, 필리핀 페소, 싱가포르 달러, 인도네시아 루피아, 타이 바트 등도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모든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헝가리,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OS)는 보고서를 통해 달러/유로 환율이 2분기말까지 1.57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달러/유로 환율이 1.6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지금 시점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약세 가속화와 함께 달러의 기축 통화로써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많은 중동 국가들이 달러 페그제를 종료하고 있으며, 원유 등 원자재 시장은 기본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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