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없는 보험, 사후엔?

엄윤상 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2008.03.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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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엄윤상의 생활법률 Q&A

Q: 저는 40대의 자영업자입니다. 지난해 봄 어느 날 사촌동생이 가게를 방문하여 저의 어머니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을 들 것을 권유했습니다. 70세 가까운 어머니가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계약자와 수익자가 제가 되면 어머니도 반대하지 않으실 것이라면서 저를 설득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보험이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생활이 어려운 사촌동생이 보험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간절히 애원하기도 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별다른 생각없이 사촌동생이 시키는 대로 서명만 하였고 얼마 후 제가 보험계약자와 수익자가 되고 어머니가 피보험자가 되는 보험증서가 배달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6개월 후, 어머니께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보험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보험회사에서 돌아온 대답은 어머니의 서면동의가 없는 보험계약이어서 계약이 무효이므로 기납입한 돈을 돌려주는 것 외에 보험금을 지급해 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정말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나요. 만약 보험계약이 무효라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면 다른 구제수단은 없는 것인가요.
 
A: 우선 질문자가 가입한 보험은 ‘타인의 생명보험’으로 보입니다. 타인의 생명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제3자를 피보험자로 하여 그의 생사를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입니다. 상법 제731조 ‘타인의 생명 보험’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 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아무런 제한 없이 인정할 경우 이를 악용해 고의로 타인의 생명을 해치고 보험금을 수령하는 일이 발생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타인의 서면동의가 없다면 그 보험계약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됩니다.
 
질문자의 경우 어머니의 서면 동의가 결여된 것으로 보이는 바 결국 보험계약은 무효가 되고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구제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모집인인 사촌동생은 보험계약자인 질문자에게 피보험자인 어머니의 서면동의가 없을 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서면동의 요건의 흠결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고 그 결과 보험사고 발생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그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질문자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데 있어서 질문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그 보험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조건 등에 대하여 미리 알아보고 어머니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으므로 약 20~30%의 과실상계는 각오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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