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된다'는 日증시.."역시나"

유일한 기자, 오수현 기자 2008.03.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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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급등하자 수출주 폭락, 닛케이 3% 넘게 조정

전날 2% 급반등했던 일본 닛케이지수가 7일 3% 넘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 약세와 함께 엔화 가치 강세가 다시 심화되며 투매가 확산됐다. 앞서 3일에도 닛케이지수는 엔화 폭등에 따라 4.5% 무너진 바 있다.

오후 1시35분 현재 닛케이지수는 403.60엔 하락한 1만2811.82엔을 나타냈다. 3.05% 하락률이다.



◇BOJ 금리동결, 103엔 다시 이탈
엔/달러 환율이 다시 103엔선 아래로 밀리는 등 엔화 가치가 급하게 오르면서 일본 증시를 옥죄고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의 장중 저가는 102.46엔. 엔화 강세에 따라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일본 제품이 국제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된다. 여기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엔화로 바꿀 때 환차손까지 입게 된다.



오타 히로코 재무장관은 “최근 달러화 약세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일본 수출기업들이 수익을 내려면 환율이 적어도 달러당 106.60엔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불안감에 전자 부품업체인 TDK가 8% 무너졌고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소니는 5% 넘게 조정받았다. NEC 후지쓰도 5% 넘게 하락했다.

엔화 폭등은 미국 경기침체, 이달 연준(FBB)의 금리인하,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이 집중된 탓이다. 여기에 이날 일본은행(BOJ)이 기준 금리를 동결하자 엔화 강세는 더 뚜렷한 추세로 자리잡았다.


일본은행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5%로 유지했다. 사키카바라 에이스케 와세다 교수는 "일본은행이 앞으로 금리 인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로 금리를 인하할 여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비가 오고 있는데도 우산이 없는 격"이라며 "차기 총재가 맡을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예상된 동결이었지만 오는 19일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과 맞물려 엔화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기업 4분기 자본지출이 당초 예상과 달리 7.7% 감소해 5년만에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일본이 다시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일본 정부가 올 경제성장 전망치를 하향할 것이라는 관측하고 있다.

◇거세진 미국-유럽 신용경색 파고
뉴욕 증시는 6일(현지시간) 신용경색 태풍이 다시 거세게 몰아치자 2% 안팎 밀려났다. 다우존스지수는 1.75%, S&P500지수는 2.20%, 나스닥지수는 2.30% 각각 하락했다.

손버그 모기지에 이어 칼라일캐피털이 마진콜에 응하지 못해 디폴트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에 신용위기 우려가 급속히 확산됐다. 모기지 연체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악화된 경기지표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UBS 충격파도 컸다. JP모간앤체이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UBS가 240억달러 상당의 알트 에이(Alt-A) 모기지 채권을 헐값에 처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의 자산 상각 예상치도 당초 150억스위스프랑에서 185억스위스프랑으로 늘려 잡았다. 이 여파로 씨티그룹이 4.4% 하락하는 등 금융주가 동반 조정받았다.

이날 일본 증시에서도 미즈호금융그룹과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셜이 5% 넘게 밀렸다.

◇일본 증시 올해 16%..엔고 감안하면 9%
연이은 급락으로 올해 일본 증시 하락률은 16.1%로 확대됐다. 같은기간 다우지수 하락률 9.2%를 크게 웃돌며 나스닥지수 하락률 16.3%와 같은 수준이다. 미국 경기침체와 '디커플링'에 성공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동조화된 것이다.



연초만 되면 나타나는 전문가들의 '러브콜'은 다시 한번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올해는 일본 경제와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해마다 반복되는 짝사랑으로 전락한 셈이다.

다만 엔화가치가 폭등하며 통화를 달러 기준으로 전환시킨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8.7%로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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